[피플@비즈] "자연과학서도 2등은 의미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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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제 첫 발자국을 냈을 뿐입니다. 앞으로 본격적인 연구를 해야지요."

세계 물리학계에서 56년간 풀리지 않았던 숙제를 처음 규명한 김현탁(47.물리공학 박사.사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테라전자소자팀장. ETRI팀의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해 5월과 올 6월 세계적인 학회지에 잇따라 게재됐다. 김 박사는 "학회 발표를 조금만 늦췄더라면 일본과 스웨덴의 연구팀에 뒤질 뻔했다"고 소개했다. 일본팀과 스웨덴팀이 비슷한 연구논문을 ETRI보다 각각 7개월과 10개월 늦게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분야가 그렇듯 자연과학에서도 2등은 의미가 없다"며 "국제 특허도 이미 3건이나 등록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이번 실험에서 얻어진 원리를 활용해 상용제품을 개발하고, 관련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만들어야 연구가 끝난다고 했다. 김 박사는 "물리학 등 기초과학은 인류에 행복을 주는 숭고하고 보람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한 우물(분야)만 꾸준히 연구한 '일 벌레'로 통한다. 1992년 일본 스쿠바(筑波)대 박사과정에 들어간 이후 지금까지 13년간 쉬지않고 연구에만 몰두해왔다.

연구팀에 참여한 강광용(54) 박사는 "김 팀장이 98년 스쿠바대 전임강사에게서 ETRI 책임연구원으로 영입된 직후 연구원에 실험기자재를 24시간 사용하게 해달라고 요청해 허락받았던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라고 얘기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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