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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출의 2%, 여신 1.3%뿐이지만 러시아 위기 신흥국으로 번지면 큰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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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러시아 디폴트 우려를 17일 국내 주식시장은 비교적 잘 이겨냈다. 코스피는 사흘 연속 하락하며 1900.16포인트로 장을 마쳤지만 그래도 ‘심리적 저항선’을 지켰다. 외국인 매도 물량을 기관이 받아낸 덕분이다. 한 자산운용사 CIO는 “국내 기관이 주식을 산다는 건 그만큼 러시아 경제위기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사실 한국이 러시아 사태로 직접 위협받을 부분은 크지 않다. 전체 수출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2% 정도다. 실물 부문에서 입을 타격은 크지 않다는 뜻이다. 금융 부문도 비슷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1개 국내 금융기관이 대출·지급보증 등의 형태로 러시아에 제공한 돈(익스포저)은 9월 말 기준 13억6000만 달러(약 1조4700억원)다. 전체 대외여신(1083억4000만 달러)의 1.3% 수준이다. 조성래 금감원 외환감독국장은 “익스포저가 미미해 국내 금융기관이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국내 은행의 만기 차입금 차환(새로 채권을 발행해 기존 채권 원금을 갚는 것)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조달금리도 큰 변동이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러시아의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이다. 첫 타깃은 신흥국이다.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16일(현지시간) 9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러시아에서 시작된 불이 옮겨 붙을 수 있는 인도네시아·인도·브라질 등 12개 주요 신흥국에 대한 국내 금융기관의 익스포저는 113억3000만 달러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러시아 수출 비중이 높은 독일·프랑스·이탈리아가 타격을 입는다면 이는 곧 한국의 유럽 수출 감소로 이어진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러시아와 유럽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충격을 받을 경우 한국은 수출이 2.9% 감소하고, 경제성장률은 0.6%포인트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유가 하락 효과가 고스란히 상쇄되는 셈이다.

 한국은행은 17일 오전 김준일 부총재보 주재로 ‘통화금융대책반’ 긴급회의를 열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러시아 루블화 폭락과 그 영향이 여타 신흥국으로 번지고 있다”며 “외환시장, 채권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박유미·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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