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천8백km의 자연보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전국을 걸어서 돌아 볼 수 있는 「전국순례자연보도」 2천8백km의 노선이 확정됐다.
전체적으로는 전국순례보도와 수도권 보도, 동해안 보도의3개 노선으로 내년부터 85년까지 3년 동안 36억원의 예산으로 완공된다.
그 계획은 우선 각박하고 살벌하며 실용위주의 사고가 팽배한 이 시대에 푸근하고 신선한 감동을 주어 반가움을 느끼게 된다.
계획의 근본취지는 이 시대에 건전한 휴양장소를 제공하고 아울러 전통향토 문화의식과 국토애? 사상을 고취한다는 기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사실 그 같은 거창한 ??는 구태여 들먹이지 않아도 좋다.
전국 방방곡곡을 걸어서 여행을 할 수 있는 「오솔길」 을 만든다는 의도 자체가 아름답고 뜻 깊은 것이다.
문명의 이기인 자동차로 달릴 수 있는 시원한 대로는 아니지만 거기에서 원초적인 자연과
인간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걸어 다니는 것은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동작의 하나다. 타고 다니는 편리함에 밀려 잊혀지기 시작하고 있지만 가장 건강한 행동양식 이기도 하다.
그 사람의 기본동작을 되찾는다는 것에서부터 오솔길의 의미는 시작된다.
여유있게 걷고 쉬면서 우리는 잃어버렸던 자연과 만날 수도 있다. 자연 학습로나 자연 경작로에서 산짐승도 만나고 기이한 풀들도 새삼 만져 볼 수 있을 것이다.
육당 최남선은 그의 「심춘순례」 에서 『자개돌 하나와 마른나무 밑 등에도 말 할 수 없는 감격과 흥미와 또 연상을 자아낸다』 고 말하고있다.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고향으로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뜻한다.
도시인들, 문명인들에게 있어 자연으로 돌아감은 더욱 절실한 요청이다. 자연은 생명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자연은 생각하고 꿈꾸며 쉬고 원기를 회복하는 편안한 「방」 이라는 뜻이다.
더 나아가 자연은 인간의 외소함과 우주의 광활함을 인간에게 인식시키는 근본적 장소라는 점이다.
뿐더러 오솔길은 자연만이 아니라 역사도 가르쳐준다. 역사?방로에서 우리는 민족의 수난과 조상들의 행적을 배우며 오늘의 현실과 미래를 설계 할 수 있게된다.
「국토는 산하그대로 조선의 역사이며 철학이며 시며 정신」 이라고 하였던 육당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전국의 구석구석을 돌며 국토의 자연과 명승과 유적을 접하고 향토의 민속과 음식과 인심을 접할 때 새삼 국토애도 느끼게되고 민족애도 우러날 것이며 전통문화의 멋과 의미도 터득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일반은 물론 특히 청소년들에게 그 같은 오솔길 여행의 기회를 준다는 것은 매우 뜻깊다.
그런 의미에서 이 계획은 정부가 실로 오랜만에 2세 국민들의 올바른 교육을 위해 정상적 방향에서 정책을 펴고있다는 인상을 준다. 반가운 일이다.
그 때문에 이 계획이 추진단계에서 마저 유루를 남김이 없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겠다.
첫째는 자연보도의 연결에 무리가 있어서는 안 되겠다. 오솔길을 만든다는 취지가 좋다고 해서 무리하게 자연을 훼손하면서 인위적인 길을 내는 우는 범하지 말라는 말이다. 기존의 옛길이나 등산로, 농노와 나뭇길을 살려가며 보도를 설치해야겠다.
둘째는 시설정비에 보다 힘을 기울여야겠다. 기존의 공원 등 휴양시절을 충분히 이용할뿐더러 야영, 휴식샤워 시설을 보완하는데 철저를 기해야겠다. 구미의 예는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특히 청소년들의 산 교육에 적합하도록 유적지에 대한 설명판과 안내판시설에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겠고, 값싸게 토속음식과 민속에 접 할 수 있는 문화시설들을 마련하는데도 힘을 기울여야겠다.
전국을 누비는 자연보도계획의 좋은 결실로 우리 젊은이들이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게 되기를 기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