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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 대재앙 몰고 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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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조류독감 '9월 대재앙'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독감 바이러스를 옮기는 철새들이 겨울나기를 위해 남반구로 대이동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당장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최대 1억여 명까지 희생될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준비된 조류독감 백신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 왜 '9월 대재앙'인가=현재 감염이 가장 심각한 시베리아 서부 지역은 북반구의 대표적인 철새 서식지다. 철새들이 9월에 월동을 위해 남쪽으로 이동을 시작하면 독감이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겐나디 오니스첸코 러시아 위생장관은 최근 "시베리아 철새는 9월에 카스피해와 흑해.아프리카.지중해 쪽으로 이동을 시작한다"며 "올 가을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급격히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구나 시베리아 철새는 80여 종에 달하고, 이동 경로가 종마다 달라 월동 지역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이미 카스피해 부근 칼미키야 시골 부락에서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올레그 키셀레프 러시아 인플루엔자 연구소장은 "바이러스가 하루 평균 30~50㎞씩 사방으로 번지고 있지만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 얼마나 번졌나=시베리아 서부 노보시비르스크.옴스크.쿠르간.알타이 등 10여 개 도시가 가장 심각하다. 전체적으로 감염 지역 직경이 1000㎞에 이른다. 바이러스는 이미 인접한 카자흐스탄과 몽골까지 번졌다. 29일 베트남 위생 당국은 수도 하노이로 반입되는 오리의 절반이 조류독감에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유럽도 예외가 아니다. 핀란드에서는 25일 조류독감에 감염된 것으로 보이는 갈매기가 발견됐다. WHO는 최근 2년 새 10여 개국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해 100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1억여 마리의 가금류가 폐사됐다고 밝혔다.

◆ 국제사회 대책은=WHO는 지난주 스위스의 제약회사인 로체 홀딩 AG에 조류독감 백신 '타미플루' 300만 개를 제공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WHO 관계자는 "보유 백신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취한 긴급조치"라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러시아산 가금류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또 25일에는 회원국 전체 수의학 전문가 회의를 열어 철새 감시를 강화해줄 것을 25개 회원국에 요구했다.

영국 보건부는 조류독감이 확산될 경우 백신을 우선 공급받을 '국가 엘리트 명단'을 작성해 비난을 받고 있다고 더 타임스가 28일 보도했다. 영국이 확보해 놓은 조류독감 백신은 국민 2%가 일주일 동안 버틸 수 있는 양에 불과하다.

◆ 조류독감이란=닭과 오리 등 가금류에 감염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조류 배설물 등으로 전파되기 때문에 전염 속도가 빠르다. 가축에서 인체로도 전염된다. 인간끼리의 전염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사람이 감염되면 구토와 고열 증세를 보이고 치사율이 50% 이상이다. 가축의 치사율은 100%에 가깝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 1급 전염병으로 분류돼 있다. 현재 바이러스로 H5N1이 밝혀져 있으나 H5N2 등 변종이 20여 종에 달해 일부 바이러스에만 치료제가 개발돼 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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