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로만 뽑은 2014 프로야구 골드글러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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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이저리그는 골드글러브(gold glove)를 시상한다. 양대 리그 포지션별 최고 수비수들에게 주는 상이다. 감독과 코치들이 투표권을 행사한다. 그러나 한국의 골든글러브는 조금 다르다. 골든글러브 후보 명단에는 타율·홈런·타점·수비율(투수의 경우 승·패·세이브·평균자책점 등)이 명기돼 있지만 수비율에는 큰 차이가 없어 사실상 공격(투수는 투구성적)으로 수상자가 결정된다.

본지는 수비실력만 평가한 2014년 프로야구 골드글러브의 주인공을 뽑았다. 9개 구단 수비코치(삼성 김용국·넥센 홍원기·NC 이동욱·LG 유지현·두산 전형도·SK 백재호·롯데 박현승·KIA 김민호·한화 임수민)에게 포지션별 최고 수비수에 대한 설문(75%)을 진행했고, 수비율·수비범위·도루저지(투수·포수) 기록(25%)을 따로 반영했다. 그 결과 손아섭(롯데)을 제외한 8개 포지션의 얼굴이 바뀌었다.

투수 부문은 봉중근(LG)에게 돌아갔다. 봉중근은 9명의 코치로부터 3표를 받았다. 특히 올 시즌 단 한 개의 도루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견제 능력을 뽐냈다. 도루시도가 한 차례 있었지만 저지에 성공했다. 홍원기 코치는 "번트와 견제 등 투수가 갖춰야 할 수비 능력이 전체적으로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2위는 안지만(삼성·2표)이었다. 유지현 코치는 "왼손이 봉중근이라면 오른손은 안지만"이라고 말했다. 정재훈(롯데)·배영수(한화)·윤희상(SK)이 1표씩을 받았다.

수비가 중요한 포지션인 포수는 접전 끝에 강민호(롯데)가 차지했다. 강민호는 총 3표를 받았고, 도루저지율과 수비율, 패스트볼을 합한 기록에서도 2위에 올랐다. 지난해 FA 계약을 체결한 강민호는 타격(타율 0.229 16홈런 40타점)에서는 부진했지만 정범모(한화)에 이어 도루저지율 2위(384이닝 이상 기준)를 기록했다. 임수민 코치는 "올해는 부진했지만 종합적으로는 강민호가 여전히 낫다"고 평가했다. 2위는 2표를 받은 최재훈(두산)이 올랐다. 최재훈은 득표는 양의지(두산·3표)보다 적었지만 수비기록에서 1위에 올랐다. 김태군(NC)도 1표를 얻었다.

1루수는 채태인(삼성)이었다. 4표를 얻은 채태인은 박종윤(롯데·3표)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수비 범위는 박종윤보다 좁지만 안정된 포구능력과 핸들링 능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백재호 코치는 "스타트가 좋다. 특히 1루수는 원바운드 핸들링이 제일 중요한데 채태인의 포구가 부드럽다"고 평가했다. 김용국 코치는 "1루수가 잘 받으면 다른 수비수들도 편하다"고 했다. 박정권(SK)도 쇼트 바운드 타구 처리 능력을 높이 평가받아 2표를 얻었다.

2루에서는 정근우(한화·5표)가 나바로(삼성·3표)와 오재원(두산·1표), 서건창(넥센)을 제쳤다. 정근우는 투표 1위, 기록 2위를 마크했으나 종합한 결과 1위를 차지했다. 전형도 코치는 "화려한 플레이를 하면서도 송구가 좋다"고 말했다. 높은 수비율(98.9%)과 넓은 수비범위(RF 5.205)를 기록한 서건창은 쉬운 공을 의외로 놓치는 실수가 잦아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장 빠른 타구를 처리해야하는 3루에서는 최정(SK·4표)이 박석민(삼성·3표)을 제쳤다. 명실상부한 최고의 3루수였던 최정은 올 시즌 예년에 비해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1위를 차지했다. 이동욱 코치는 "올해 실책이 많았지만 원래 가지고 있는 능력은 최정이 가장 낫다"고 말했다. 김민성(넥센·1표)과 이원석(두산·1표)이 3·4위를 기록했다.

수비 능력이 가장 중요한 포지션인 유격수에서는 김상수(삼성)가 절반이 넘는 5표를 받아 2표씩에 그친 강정호(넥센)와 손시헌(NC)을 제쳤다. 김상수에게 표를 던진 코치들은 나란히 빠른 풋워크를 기반으로 한 안정감을 이유로 꼽았다. 수비범위에서는 두 선수에 밀리지만 쉬운 타구를 정확하게 처리한다는 것이었다.

센터(중견수)와 코너(좌·우익수) 구분 없이 선정한 외야수 부문에서는 정수빈(두산·7표), 김강민(SK·7표), 손아섭(6표)이 1·2·3위에 올랐다. 임수민 코치는 "정수빈은 강한 어깨와 빠른 판단력, 다이빙캐치까지 모두 잘한다"고 설명했다. 백재호 코치는 "김강민은 송구 능력도 좋지만 어떻게 공을 따라 가야할 지 결정하는 능력이 중요한데 그게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홍원기 코치는 "손아섭은 우중간 타구 처리 능력이 뛰어나다. 강한 어깨도 플러스 요인"이라고 말했다. 박현승 코치는 "외야수비는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 손아섭도 경험을 통해 성장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민병헌(두산)·김현수(두산)·나성범(NC)·이대형(kt)·조동화(SK)가 뒤를 이었다.

김효경·박소영·김원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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