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만 "정윤회 만남 너무 오래돼 기억 안 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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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에 ‘만만회’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건 지난 6월 말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인사를 비선라인이 하고 있다. 만만회가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다. 만만회는 정윤회(59)씨와 이재만(48)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56) EG 회장의 이름 끝자를 합성한 것이다. 이런 의혹을 제기한 박 의원은 지난 8월 말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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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공교롭게도 약 5개월 만에 박 의원이 지칭한 ‘만만회’ 등장인물 세 명이 나란히 검찰 조사를 받았거나 출석할 예정이다. 정윤회씨는 지난 10일, 이재만 비서관은 14일 조사를 받았고 박지만 회장은 15일 검찰에 나온다. 차례로 조사를 받지만 신분은 다르다. 정씨와 이 비서관은 소위 ‘정윤회·십상시(十常侍) 비밀회동’ 문건 명예훼손 사건의 고소인이자 야당이 고발한 ‘국정농단’ 의혹의 피고발인이다. 두 사람은 검찰 조사에서 “십상시 회동은 소설”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박 회장은 시사저널이 지난 3월 보도한 ‘정씨의 박 회장 미행설’ 기사 명예훼손 사건과 ‘정윤회 동향’ 문건 유출 사건의 참고인이다. 정씨가 시사저널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면서 시작된 미행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박 회장을 상대로 미행설의 실체를 조사할 방침이다. 정씨는 지난 10일 검찰 조사에서 미행설을 부인하며 “박 회장과 대질 조사를 시켜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검찰은 박 회장을 상대로 ▶지난해 11~12월 회장을 미행한 오토바이 운전자가 실제로 있었는지 ▶해당 운전자로부터 ‘용역업체 직원인데 정씨 지시로 미행을 했다’는 자술서를 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문건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박 회장이 지난 5월 12일 세계일보 조모 기자로부터 부인 서향희(40) 변호사 동향 문건 등 청와대에서 유출된 문건 100여 쪽을 입수한 경위를 조사한다. 문건 입수 이후 박 회장이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과 남재준 당시 국정원장에게 ‘문건 유출에 대해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는지도 확인하기로 했다.

 검찰은 14일 소환한 이 비서관을 상대로 비밀회동설의 실체뿐만 아니라 국정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했다. 이 비서관은 지난해 9월 노모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 진모 체육정책과장을 경질하는 데 개입한 혐의(직권남용·공무집행방해 등)로 정씨와 함께 고발된 상태다. 또 한양대 5년 선배인 김종 문체부 제2차관과 함께 올해 7월 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 교체 등 인사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조사했다. 이 비서관은 12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뒤 검찰청을 나오면서 기자들이 정씨와 언제 만났느냐고 묻자 “너무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나질 않는다”며 “최근 연락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씨가 미행설 보도와 관련해 내게 전화를 걸어와) ‘왜 공직기강비서관실에 전화하는데도 자꾸 피하는지 모르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씨가 비공식적으로 국정에 개입했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그런 사실 없다”고 했다.

 김종 2차관과는 “전혀 모르는 사이”라며 문체부 인사개입설을 부인했다. 김 차관은 지난 5일 본지 인터뷰에서 “장관 대행할 때 청와대에서 처음 만나 악수한 정도”라고 말했다. 이 비서관은 자신이 ‘만만회’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는 데 대해선 “근거가 없고 전혀 사실과 다른 용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비서관과 함께 ‘청와대 3인방’으로 불려온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과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도 이번 주 중 조사할 예정이다. 안 비서관은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안 비서관이 청와대 파견 경찰 인사에 개입했다”고 주장함에 따라 야당에 의해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됐다. 정 비서관은 박지만 회장 측에서 문건 유출 조사 요청을 받았다는 의혹과 야당이 “정씨에게 국정운영 상황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며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수사의뢰한 사건으로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효식·윤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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