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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산도 성녀단 102년 母性으로 사회 끌어안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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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훔치 훔치 태을천 상원군 훔리치야도래 훔리함리 사파하…".

지난 6일 오후 1시30분 대전시 대덕구 중리동에 자리잡은 증산도 교육문화회관 3층 수행실. 증산도의 여성 예비 성직자 16명이 천지의 '부모'(근원)를 부르는 주문을 낭랑한 목소리로 외우고 있었다. 이어 이들은 장소를 옮겨 증산도 경전인 '도전'을 연구 분석한 것을 발표하는 세미나를 열었다.

이렇게 3개월간 합숙하면서 증산도를 집중 공부하고 유교와 불교, 기독교 경전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그런 뒤 이들은 지방의 증산도 도장에서 임무를 수행하면서 2년 동안 인터넷을 통해 증산도대학 과정을 마치면 독신으로 절대 순명과 절대 봉사의 삶을 사는 여성 성직자로 다시 태어난다.

증산도 여성 성직자의 단체인 성녀단(誠女團). 성녀단이라는 이름이 공식적으로 쓰인 것은 1993년이지만 그 뿌리는 1백2년 전으로 올라간다.

증산도를 연 강증산(姜甑山) 상제가 인간의 역사 질서를 뜯어고쳐 새 세상으로 짰다는 '천지공사'(1901~1909, 그 시작 연도를 성녀단의 출발로 간주함)때 상제의 곁을 지켰던 김호연(1897~1992)이 여성 성직자 1호이기 때문이다.

그 후 강증산 상제가 1909년에 세상을 떠나면서 부인인 태모(太母) 고수부(高首婦)에게 법통을 넘김에 따라 증산도 내 여성의 위치가 확고해졌다. 현재 성녀단 소속 여성 성직자는 5백여명이다. 한자로 聖이 아닌 誠을 쓰는 것은 정성스러움이 모든 일의 시작이라는 뜻에서다.

물론 포교단 소속 남자 성직자가 1천여명으로 여자보다 훨씬 많다. 그러나 여성의 역할과 지위가 남자와 똑같은 게 증산도가 다른 종교와 다른 특징이다. 성녀단과 포교단 소속 남녀 성직자들은 모두 결혼을 하지 않는다. 결혼을 하게 될 경우 평신도로 돌아간다.

대구지역 담당 광역 수호사인 박분태씨(40)는 "어머니의 덕성으로 남자들이 놓치는 부분을 메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인생 상담을 원하는 신도들을 자상하게 끌어 안고 고아원이나 보육원 등을 찾아 봉사활동을 펴는 것이 여성 성직자들의 대표적인 활동이다.

증산도 여성 성직자들은 포교활동을 하면서 우리 사회의 여성에 대한 편견을 자주 절감한다.

전국 증산도대학생 포교회 수호사인 이성미(33)씨는 "나보다 직책이 낮은 남자 성직자와 함께 홍보를 위해 대학 교수를 찾다보면 남자 성직자에게 먼저 인사하는 교수들이 참 많다"고 털어놓았다. 한 조직의 우두머리는 남자가 해야 한다는 선입관 때문이다.

증산도는 다른 종교와 달리 성직자의 복장을 특별히 정하지 않았다. 여성 성직자들은 이 점을 오히려 높이 평가한다. 이성미 수호사는 "사회 속에서 다른 사람과 구분없이 한데 어울려 나를 깨치고 다른 사람을 올바른 삶의 길로 안내하는 생활 신앙이 증산도의 미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증산도의 도장은 2백여개, 도장보다 작은 포교소가 1백여개로 집계된다. 증산도 본부에 따르면 신자수는 15만여명. 현재 최고 지도자는 안운산(安雲山.82)종도사다.

일제시대 한때 신도 7백만명을 자랑했던 증산도는 그후 교세가 계속 약해졌다가 최근 신체와 마음의 건강을 도모하는 수행과 민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시 늘어나고 있다.

정명진 기자

*** '증산도'란

증산도는 원시반본(原始返本)과 해원(解寃), 상생(相生), 보은(報恩), 후천개벽(後天開闢)을 기본 가르침으로 한다. 모든 생명이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원시반본이다.

그리고 과거 삶을 산 모두가 원한을 풀어야(해원) 우리 모두가 생명을 살리고 서로 남 잘 되게(상생)하는 방향으로 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후천개벽이란 가르침은 새로운 우주 문명이 크게 열린다는 것이다.

도조인 강증산(姜甑山) 상제가 태어난 1871년을 도기 1년으로 본다. 일제 때는 보천교, 해방 후에는 증산교로 각각 불리다 1974년부터 증산도로 이름을 바꿨다.

진리를 추구하는 방법에는 교법과 행법이 있다. 교법은 경전인 '도전'이나 진리 서적을 탐독함으로써 진리를 깨닫는 과정이고 행법은 태을주 수행 등을 통하여 직접 진리를 체험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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