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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민들레처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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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1996년 출간된 베스트셀러 '연어' 이후 '사진첩' '짜장면' 등 어른을 위한 동화 작업을 해오고 있는 저자의 여섯번째 작품. 책읽기 좋아하고 일기에 꼬박꼬박 독후감을 남기는 주인공에게 어느날 민들레 꽃씨가 날아온다.

넓은 세상을 동경하는 꽃씨에게 주인공은 텐산 산맥.세렝게티 초원.바이칼 호수 등을 가본 적이 있다며 책에서 읽은 경험을 마치 체험한 일인 것처럼 꾸며대지만, 꽃씨는 생생한 감동이 결여된 지명의 나열에 실망한다.

꽃씨가 주인공에게 날아 올 수 있었던 것은 민들레 몸 바깥의 바람 때문이기도 하지만 먼저 몸속의 바람의 힘으로 공중으로 떠올랐기 때문에 가능했다. 주인공은 책에 대한 자신의 집착이 바깥의 바람을 기다리기만 하는 일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과시적인 지식.기능도 갖춰야겠지만 내적 필연성에 대한 성찰도 중요하다'는 주장 쯤으로 읽히는 메시지를 시인의 단정한 언어, 화가의 간결한 그림, 시원한 레이아웃 등으로 포장해 쉽게 읽힌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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