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주한 미국대사 첫 인터뷰] "한국정부 인사 누구와도 THAAD 얘기한 적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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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리퍼트(41) 주한 미국대사는 한·미 관계 현안부터 첫 아이를 기다리는 설렘까지 모든 질문에 거침없이 답했다. 빙빙 돌리는 법 없이 짧게 핵심만 짚어 답하는 모습이 여느 외교관과는 달랐다. 20여 문답이 오갔는데도 인터뷰는 40분 만에 끝났다.

 -‘전략적 인내’로 불리는 미국의 대북정책은 북한 비핵화에 한 걸음도 다가가지 못하고 북한에 핵·미사일 기술을 업그레이드할 시간만 허용했습니다. 미국에 북한 문제를 풀 진지한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미국은 북한을 상대로 막후에서 활발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워싱턴에선 아무도 전략적 인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아요. 미국의 대북정책은 세 갈래입니다. 정치적으로 미국은 지난 6년 동안 북한에 손을 내밀었지만 북한이 대화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한국·일본·중국 등 지역 국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해결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경제 병진노선이 국제사회에서 결코 용인될 수 없다는 점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둘째, 경제적으로는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과 잠재적 핵 확산에 대해 치를 대가를 더 무겁게 하기 위한 제재망 구축에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군사적 측면에선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한반도에서 군사적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어요. 알래스카 포트 그릴리 기지에 미사일 방어체계를 추가로 구축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첫째도, 둘째도 우리의 동맹국들을 지키려는 것입니다.”

 - 그건 ‘채찍’들인데 ‘당근’은 뭡니까. 최근 북한이 억류해온 미국인을 풀어주며 대화 의지를 보였지만 워싱턴은 화답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미국인들을 석방한 건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투표에 목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거기서 나쁜 결과가 나오지 않게 하려는 데 주안점을 둔 것이지 미국과 정말 진지한 대화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닌 것 같아요.”

 -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은 이제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미국에 남은 정책 선택지는 무엇입니까.

 “진실되고 믿을 수 있는 대화를 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그런 대화에 나설 의지를 보인다면 오바마 행정부는 미얀마의 개방 과정에서 했던 것처럼 창조적인 외교 해결책을 찾을 준비가 돼 있습니다. 미얀마를 수년 동안 다뤄온 내 친구들은 미얀마에 변화가 일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개방을 유도하는 정책은 결국 유야무야될 것이고, 제재도 아무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들 했어요. 하지만 결국 변화는 일어났습니다. ‘믿을 수 있는 대화에는 관여한다’는 게 오바마 행정부의 원칙입니다. 이미 이란과 미얀마에서 그런 경험이 있어요.”

 -미국은 한국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를 배치하고 싶어 하고, 중국과 러시아는 확실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안보적 요인 외에도 그 배후에는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웃음) 우리는 THAAD에 대해 한국과 어떤 공식적인 대화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한국에 와서 많은 정부 인사들을 만났는데, 단 한 번도 THAAD 문제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이 문제는 실제로 한·미 정부 간에 논의하고 있는 게 아니라 언론에서 더 관심 있어 하는 소재 같습니다. 하지만 뭔가 진전되는 게 있다면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국방 관계에서 우리는 아주 투명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 THAAD가 한반도에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제 소관이 아닙니다(I’m out of the game). 하지만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에 따르면 중동과 괌에 배치된 THAAD는 굉장히 효과적인 시스템이라고 하더군요. 저도 일반적으로 좋은 체계라고 생각은 합니다. 물론 다른 지역에 배치된다는 맥락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 북한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다는 의심을 받습니다.

 “THAAD가 배치될 경우를 비롯해 이곳에서 이뤄지는 모든 군사적 측면의 정책 결정은 100% 북한의 위협을 목표로 하는 것입니다. 북한의 위협이 동인이죠.”

 - 한·일 사이 갈등에 대해 잘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국이 두 동맹국의 화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까.

 “한·일 간에 굉장히 어려운 역사적 문제들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재자 역할을 하진 않지만, 막후에서 양국의 관계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방위지침 개정에 대해 미국은 몇 가지 점을 일본에 명확히 했는데요. 우리가 이를 지지하지만, 동맹국들 사이에서 의견 차를 줄이는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오른쪽)가 10일 미국대사관저에서 본지 김영희 대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 아시아에서는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많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아직 중동에 발이 묶여 있다는 인식입니다. 언제쯤 동아시아 지역에서 아시아 회귀라는 이름에 걸맞은 군사력의 배치를 볼 수 있겠습니까.

 “재균형정책은 완전하게 가동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얼마 전 아시아 순방을 마쳤고, 내년 초에는 다시 인도를 찾을 예정입니다. 경제적으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성과를 보십시오. 양쪽 모두 수출액이 10%가량 늘었죠. 군사적 분야에선 2020년까지 함대의 60% 정도가 아시아 지역에 배치될 것입니다. 공군력의 60%도 이쪽으로 옵니다. 특히 가장 우수한 고성능의 군 자원이 아시아에 온다는 점을 주목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P- 8, 연안전투함, 신형 미사일 탑재 구축함, F- 22·F- 35 전투기 등입니다.”

 - 대사께서 오바마 대통령과 깊은 친분이 있다는 것은 한국에 큰 자산이 될 것 같습니다.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워싱턴이 보기에 한국에 가장 큰 자산은 한국 그 자체입니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6년 동안 복잡한 양자·다자 문제를 함께 해결하며 훌륭한 우정의 길을 걸어오지 않았습니까.”

 -오바마 대통령이 최측근을 한국에 대사로 보낼 땐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라는 의미가 있었을 것 같은데 그게 뭡니까.

 “대통령과 제 관계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한·미 관계는 그가 대통령으로서 이룬 업적에서 매우 결정적인 부분입니다. 굳이 제가 받은 특별한 임무가 있다면 이미 좋은 한·미 관계가 더 활발해질 수 있도록 가속도를 붙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트위터를 활용하고 직접 거리에 나가서 일반 한국인들과 소통하는 대사는 처음 봅니다. 창의적인 외교라고 할 만합니다.

 “나와 아내 로빈, 애견 그릭스비는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친구를 사귀는 걸 좋아합니다. 외교라기보다는 제 라이프스타일(사는 방식)입니다.”

 - 대사께서는 내년에 아기 아빠가 되는데 한국 국민들에게 아기의 탄생을 선물하는 첫 대사가 됩니다. 아기를 기다리는 기분이 어떻습니까.

 “극도로 흥분되고, 긴장됩니다(웃음). 첫 아이를 기다리는 다른 아빠들과 같죠. 아이가 태어날 때 놀라움을 만끽하려고 아들인지 딸인지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는데 실력이 어느 정도입니까.

 “저보다 제 ‘한국말 선생님’(한국어로)이 더 정확한 답을 할 수 있겠습니다. 아직 잘 하진 못합니다. 한국말은 참으로 아름답고 예술적인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열심히 공부하는 데도 세 살짜리 아이가 저보다 더 말을 잘하는 걸 보면 제가 한없이 작아지긴 합니다만,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 김치 좋아합니까.

 “아주 좋아합니다. 그 버무려진 양념 맛이 너무 좋습니다. 제가 대사로서 직면한 여러 도전 중 하나는 한국에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아서 55파운드(약 24kg) 정도는 살이 찔 것 같다는 거죠(웃음).”

-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정리=유지혜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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