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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수업 정상화 유도 방향으로 출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83학년도 대학입학 학력고사 출제위원장 김호권 박사(50·영남대교수)는 한 달만의 연금에서 풀려난 2일 실로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공식이나 개념을 암기했다가 기계 적으로 재생만 하면 되는 문제를 배제하고, 그것을 이해·응용·분석할 능력이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시험지가 뉴델리까지 모두 5백26개 고사장에 완전히 실려나간 뒤 베일을 걷은 김 박사는 조용히 말했다.
『대학입학 학력고사는 대학교육 수학능력을 갖춘 적격자 선발과 고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한다는 두 가지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김 박사는 이 2가지 목적은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는 중요성을 갖고 있지만 이번에는 고교정상화 쪽에 약간 비중을 높였다고 했다. 그래서 평균점을 50%선보다는 약간 위쪽에 두도록 배려했다는 것.
그러나 수험생들의 학력수준을 검증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누구도 점수분포를 점칠 수는 없으며 그것은 수험생을 오도할 뿐 아니라 극히 위험스런 일이라고 강조했다.
『수험생들은 13개 과목을 치르지만 선택과목까지를 합쳐 모두 27개 과목 6백70문항을 한 달 동안에 조그마한 하자도 없이 만들어내야 하는 1백여명의 출제위원과 50여명의 검토위원들의 고통이야말로 뼈를 깎는 것 같은 인고를 요하는 작업입니다. 김 박사는 그러는 동안 흰머리가 이렇게 많아졌다고 씩 웃어 보였다.
김 박사는 20여년전부터 각종 국가고사출제에 관여한 교육평가 전문가일 뿐 아니라 완전학습을 도입, 이웃 일본에서 그의 저서가 번역 출간될 정도로 학습 이론분야의 권위이기도하다. 그런 그가 3년전 어느 날 18년 봉직한 서울대 교수직 사표를 내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려 주위의 동료 교수들을 놀라게 한 일도 있다.
고향인 대구로 내려가 영남대교수가 된 것이다.
『징발에서 풀려났으니 이제 내려 가야죠.』 김 박사는 출제위원장 감투를 벗자마자 영남대 교수자리를 서둘러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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