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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의 여행인 애인으로 가장|싯가 5억짜리 다이어 훔쳐가-일본|손가락 재려 점포안에 데려간사이, "진열된 반지 보여달라" 요구, 줄행랑|일경 "일본판루팡" 체포에 비상,여인은 "동행만 했을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일본에서도 몇손가락 안에 꼽히는 싯가 1억8천만엔(약5억4천만원)짜리 다이어먼드반지와 1천만엔짜리 사파이어반지가 지난달 25일저넉 10여명의 점원과 50여명의 고객이 붐비는 동경 긴자(은좌)의 일류보석상 일본당에서 감쪽같이 도난당한 사건이 발생, 큰화제가 되고있다.
범인은 지나가던 미모의 모델을 애인으로 이용하는등 「루팡」을 뺨칠 정도의 치밀하고 대담한 수법을 구사, 더욱 흥미를 끌고있다.
사건이 일어난것은 25일하오 6시50분쯤 긴자 미쓰꼬시(삼월)백화점에서 멀지않은 일본당(은좌5정목7의5·주인 우천데루꼬·66)에 27∼28세정도의 젊은이가 미모의 글래머를 동반하고 들어서 점원 「에버라」(강원사도미·21)양을 찾았다.
젊은이는 『어머니가 「에바라」양과 상의하면 틀림없다고 했다』며 전시된 시계를 들여다 보다 『같이 온 사람에게 반지를 사주어야겠다』며 68만엔짜리 다이어먼드 반지를 가리켰다. 반지는 동행한 여자손에 너무 커서 고치는데 1주일은 걸린다는 종업원의 말이었다. 남자는 『오오사까(대판)에서 왔는데 시간여유가 없다』며 2∼3일안에 고쳐줄것을 사정, 양해가 성립됐다. 손을 재기 위해 「에바라」양이 여자를 데리고 점포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동안 그 남자는 다른 쇼케이스로 자리를 옮겨 보석들을 들어다 보다 쇼윈도에 번쩍이는 8·03캐러트짜리 다이어먼드반지와 사파이어반지를 꺼내보도록 했다.
「에바라」양을 대신해서 「귀중한 손님」(?)을 모시던 「호시나」(보과윤보·22)양이 그 반지들을 쇼케이스 위에 꺼내놓았다.
『확대경이 있으면 좀 빌려주시오』하고 젊은이는 점잖게 요구했다.
「호시나」양이 점프 안쪽으로 고개롤 돌리고 『확대경 좀 갖다 주세요』하고 소리지른 순간, 쇼케이스위에 있던 2개의 반지와 젊은이의 모습은 이미 그자리에 없었다.
「호시나」 양이 『도둑이야』하는 고함소리에 몇몇 점원이 뒤따라 거리로 뛰쳐나가 보았으나 붐비는 긴자거리의 인파속에서 범인의 모습을 찾을수는 없었다.
점원들은 반지 사이즈를 재던 「도둑의 애인」(?)이 그대로 점포에 남아 있는것을 보고 『제깐놈이 뛰어야 벼룩이지』 하고 안심했으나 그녀의 입에서 『생전 처음보는 남자』란 말을 듣고는 털썩 주저앉고말았다.
경찰조사결과 잡힌 여자는 자칭 모델인 「노구찌」(야구유대·20)양. 신쥬꾸(신숙)의 맨션에 살고 있는그녀는 이날 긴자에 옷구경을 나왔다가 사건 직전 일본당앞에서 범인을 처음 만났다는것.
「노구찌」양은 1백65㎝의 키에 훤칠하게 생긴 범인이 『어머니에게 반지를 사드려야겠는데 혼자는 쑥스러우니 같이 가달라』고 부탁하는 말을 듣고 동행했을뿐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도난당한 다이어먼드반지는 직경 2㎝나 되는 것으로 일본당에서는 크리스머스대목을 노려 쇼윈도에 전시했는데 보험에는 들어있었다.
범인은 사전에 점원 이름까지 알아 두고 여자를 동반, 점원을 믿게 하는등 치밀한 계획아래 범행한것으로 보이는데 일본경찰은 일본판 「루팡」 체포에 비상을 걸고 있다. <동경=신성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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