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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단과 교류에 관심보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문학평론가 김병익씨, 소설가 이청준씨, 시인 정현종씨가 지난달 스웨덴과 핀란드에서 그곳 문인들과 좌담을 갖고 한국문학을 소개했다. 이 글은 그중의 한 사람인 김병익씨가 보고 느낀 북구에서의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과 우리가 본 북구문학, 그리고 두 문화의 비교와 교류의 가능성에 대한 필자의 의견이 담긴 것이다. <편집자주>
가령 아이슬란드나 남아연방쯤의 현대작가가 방한하여 우리가 그들과 만난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질문하고 어떤 본격적인 토론을 벌일 수 있을 것인가.
아마도 그들에게도 문학이 있을것이다. 당연하면서도 새삼스런 관심을 갖게되면서도 우리가 제기할수 있는 논점이란 별로 없이 막연하게, 그쪽 문학은 무슨 문자로 어떻게 전개되느냐는 타진의 정도로 그칠수 밖에 없는 겉질문만 던지게 될것이다.
지난 10월 하순 스톡홀름대학과 헬싱키대학에서 가진 현대 한국문학 포럼에 참가하면서 필자가 처음받은 인상이 입장만 바꾸어놓았을뿐 그와 같은 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스톡홀롬대학에서는 일본·중국 등 동양문학 전공교수와 동양미술사 교수가 질의자로 참석을 했고 헬싱키에서는 김지하씨의 시집이 번역되었다.(그곳 출발 전날의 세미나에서 그렇게 들었다) 세미나는 대체로 필자가 최근 반세대 동안의 한국 문학의 추세와 발달한 성취를 보고하고 시인 정현종씨가 『숨과꿈』이란 제목으로, 작가 이청준씨가 『존재론적 언어와 관계적언어』란 제목으로 각각의 문학관과 창작태도를 피력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는데 이 주제들에 대한 현지 문학연구가와 문인들의 질의는 도대체 한국의 현대문학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어 가는가에 대한 호기심의 변주로 집약될수 있었던 것 같았다.
즉 오늘의 한국 문학이 서구문학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으며 특히 어느 문학 누구의 영향이 강했는가, 그것은 한국의 전통문학과 어떤 관계에 놓여 있으며 전통에 대한 현대작가들의 태도는 어떤가, 대중소설의 비중은 어느 정도이며 문학출판의 상태는 어떻고, 작가들의 생활은 어느 정도인가 등등의 질문들이 우리의 토론시간에 상당부분을 차지했다.
그들 역시도 유럽에서는 문학 선진국으로부터의 강한 영향을 의식하고 있는 것같고 문화주변국으로서의 자신들의 고충을 우리에게서도 찾아내려 했던것 같았다.
여기쯤서부터 질의는 좀더 진행되어, 스웨덴에서는 시조의 전통성이 유지되고 있는가, 식민지 시대의 한국어 말살정책때문에 어떤 정체성의 위기를 갖지 않았는가라는 문제가 제기되고, 소련과의 미묘한 외교관계 때문에 북한을 의식해야 하는 핀란드에서는 남북한간의 문학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작품 활동에 정부의 지원 혹은 간섭이 게재되는지, 그들이 한국작가로서는 유일하게 그 이름을 알고 있는 듯한 김지하씨의 근황은 어떤지 (이 질문은 핀란드 펜클럽회장이 제기했다)를 궁금히 여겼다.
이러한 질문과 대답은 스톡홀롬대학에서의 두차례 세미나와 이 대학 관계자들과의 만찬, 헬싱키대학에서의 한차례 세미나와 그곳 작가동맹을 방문하여 「카닐라」 회장을 비롯한 몇몇의 중요작가들과 가진 환담, 세미나 후의 「리트바·하비코」핀란드 펜클럽회장, 「카이라이티넨」 헬싱키대학문학과장등 여러분과 가진 회식에서 이루어졌는데 아마도 우리의 성실하고 솔직한, 때로는 우리자신의 약점까지도 부끄럼없이 털어놓는 답변들이 그ㄷ,ㄹ의 신뢰와 관심을 얻게끔 만들었던 것같다.
그것은 한국 작가들이 자신들의 문학과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그들에게 호의적으로 전달시킬 수 있었음을 뜻하는데, 그 호의는 그들과의 접촉이 거듭되면서 눈에 띌 정도로 발전했고 그래서 두 나라에서의 그들과의 교환 마지막에는 상당히 중요한 제의를 그들 스스로 제시할 정도로 진전되었다.
두 나라의 영향력있는 문학연구가와 작가들은 한국과의 문학적 교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할수 있겠는가 질문하면서, 스웨덴에서는 정현종씨의 시집을, 핀란드에서는 이청준씨의 장편 『당신들의 천국』을 출판해 보자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왔던것이다.
현지의 한국인들은 이러한 제의는 상당한 책임감을 수반하는 동시에 예상했던 수준 이상의 관심이란 주석을 달았다.
헬싱키를 떠나기 전날 가졌던 회식에서 한국이 일제에 시달리고 한국전쟁때 겪었던 비극을 l차대전후 소련의 지배에서 해방되고 2차대전때 항독운동을 폈던 그들의 경험과 서로 견주어가며 자기나라 민요등을 합창하고, <같은 북반구의 유라시아 대륙에서 동쪽끝과 서쪽끝이 만나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그 유대감을 확인>(「카이 라이타빈」 교수의 말)하던 그 인상적인 장면을 더욱 실질적으로 만드는것이었다.
김병익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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