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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가꾸는 남자들 … 큰 손으로 떠오른 304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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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서울 청담동 한섬빌딩 시스템옴므 매장에서 한 남성 고객이 클러치를 고르고 있다. 손잡이가 없어 겨드랑이에 끼거나 한 손에 드는 형태의 클러치는 대표적인 여성용 핸드백이었지만 최근 남성에게도 인기다. [사진 한섬]

회사원 서정우(33)씨는 매일 진동클렌저를 사용해서 씻는다. 브러시가 달린 기계를 얼굴에 갖다대면 미세한 진동으로 각질이 제거된다고 해서다. 기계 값만 20만원이 훌쩍 넘었지만 야근으로 잠이 부족한 만큼 피부에 투자했다. 그는 “스킨-에센스-로션-크림-아이크림 5단계로 기초화장품을 꼼꼼히 바른다”며 “바지에 맞춰서 2만~3만원대 양말을 고르고 한 달에 옷 값은 30만원 정도 쓴다”고 말했다.

 여성보다 더 꼼꼼하게 외모를 관리하는 직장 남성이 화장품·패션 시장을 이끌고 있다. 올 4월 네덜란드 가전회사 필립스는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남성용 진동클렌저 ‘비자퓨어 맨’을 내놓았다. 필립스코리아의 한 임원은 “여성용 진동클렌저도 아직 보편화하지 않았는데 남성용이 잘 될까하는 우려도 있었는데 시장 반응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첫 달 판매량이 지난해 9월 나온 여성용 진동클렌저 ‘비자퓨어’ 때의 7배가 넘었다. 이후 프랑스에서도 출시됐는데 한국 판매량이 약 4배 더 많다. 필립스는 이에 따라 9월 신제품 9000시리즈 면도기에도 진동클렌징을 부가 기능으로 넣었다.

 여성복 업계 부동의 1위인 한섬조차 최근에는 남성 브랜드를 더 많이 내놓고 있다. 우선 시스템옴므 출시 이후 6년만에 올 8월 고가 남성브랜드 ‘랑방 스포츠’를 내놓았다. 프랑스 브랜드 랑방과 손잡고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출시한 것이다. 올 5월에는 국내 최초로 유명 구두 브랜드 지미추의 남성라인을 선보였고, 6월에는 스위스 브랜드 ‘발리’의 최고가(170만~1200만원) 주문제작 라인 ‘마이 스크리브’를 들여왔다. 올 9월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즐겨입는 ‘벨스타프’를 내놓는 등 최근 1년 동안 한섬이 들여온 수입브랜드 대부분이 남녀공용이거나 남성복 브랜드다. 올 2월 내놓은 핸드백·액세서리브랜드 ‘덱케’도 출범 당시부터 남성용 클러치(손잡이가 없는 핸드백)를 내놓아 인기를 모았다. 한섬 관계자는 “최근 3개월 동안 남성 고객 증가율이 34%로 여성의 3.4배”라고 말했다.

 SK네트웍스가 수입하는 클럽모나코도 올 10월 홍콩·런던에 이어 서울 가로수길에 세계 3번째 남성복 단독 매장인 ‘맨즈샵’을 열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클럽모나코 남성복 부문의 신장률이 60%가 넘는다”며 “세계에서 가장 신장률이 높아 본사에서 한국 고객의 체형과 취향에 맞춘 제품을 따로 내놓을 정도”라고 말했다. 남성이 패션에 신경을 쓰면서 속옷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남영비비안 강은경 디자인실장은 “3~4년 전까지만 해도 연령대에 상관없이 편안한 트렁크형 팬티를 선호했는데, 요즘은 중년 남성도 딱 달라붙는 드로어즈 팬티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달라붙는 바지 밑에 입을 수 있는 스타킹 같은 재질의 ‘바디핏’ 내복도 인기다.

 화장품 업계도 남성 고객에 공을 들이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달 남성 전용 온라인몰을 ‘에브리맨이즈(every man is)’라는 이름으로 따로 열었다. 남성 화장품만 총 140개 품목을 팔고 피부 고민 상담과 자동차·패션 정보도 제공한다. 40대 남성을 겨냥해 주름개선에 미백 기능까지 더한 ‘보닌 마제스타’도 내놓았다. 헤라옴므는 남성용 CC크림(BB크림에 기능을 더한 제품)을 최초로 출시했고, 헤어전문브랜드 ‘미쟝센’은 21종의 제품으로 구성한 남성전문 ‘멘’라인을 내놓았다.

 고가 브랜드도 남성 고객 잡기에 한창이다. 신세계 본점은 6층에 ‘럭셔리 남성관’을 열고 이탈리아의 ‘골든구스디럭스브랜드’의 남성 매장을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등 고가 브랜드 100여개를 집결했다. 성진모피는 양복 위에 걸쳐도 어울리는 단정한 디자인의 남성용 모피를 이달 선보였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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