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과 감명을 함께 담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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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80년「창작과 비평」여름호에「마포 강변동네에서』등 몇 편의 작품을 내놓아 문단에 나온 김정환씨는 2년 남짓 한동안 정열적으로 시를 써왔고 첫 시집 『지울 수 없는 노래』도 내놓아 황지이씨등과 함께 80년대 시단에서 주목받는 시인이 되었다. 김씨는 또 평론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는데 그의 시론은 날카롭다고 알려져 있다.
8O년대의 시인으로서 김씨는 70년대가 겪었던 분열을 지양하고 보다 응집력있는 문학을 해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7O년대는 격동기였고 사회의 여러 계층이 분열되고 지리멸렬해졌습니다. 시에 있어서도 순수시·민중시풍의 이분법이 생겨났고, 시에 있어서 그것은 결국 말의 오염을 가져왔습니다. 지금에 와서 필요한 것은 오염된 말을 살려내는 것입니다.」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직접 이야기하지 않는다는「순수」나 민중을 이야기하며 구호가 된 시를 배격하고 민중적인 방향에서 시대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감각을 가지고 「비전을 제시하는 미래지향적인 시를 쓰되 높은 문학성으로 감동을 주는「잘 쓴 시」로 써내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주장으로서의 뼈와 감명으로서의 살이 있는 시를 그는 바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이분법이 계속된다면 말(시)은 가장 절실하게 살아가는 표현이 되지 못하고 허울뿐인 오염된 것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장으로서의 뼈와 감명으로서의 살이 있는 시를 어떻게 써낼 수 있을까에 대한 김씨의 고뇌에서 나타난 것이 그의 사랑과 인간주의인 것 같다. 분열되고 상처받은 이 시대에 모든 것의 근본적인 화해는 사람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사랑은 전쟁입니다. 질타할 것은 질타하고 부추길 것은 부추기는 것이며 나약한 감수성을 뜻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사랑은 오히려 앙칼진 목소리를 가지는데서 찾아집니다』
「설음이 모여 사랑이 되고 사람이 모여서 분노가 되고 (시『타는 봄날에 』 중).
이처럼 그의 사랑은 그것이 모여서 분노가 되고 힘이 되는 사랑이다. 진정한 화해를 가로막는 것에 대해 강력히 맞서는 사랑. 김씨는 이러한 사랑을 바탕으로 하여 한데 어우러져 사는 소박한 형태의 공동체적 삶에의 열망, 진정한 노동의미의 재창조, 분단상처의 극복과 통일을 위한 설계 등을 담은 시를 써 보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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