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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까·스즈끼 등에 업힌「나까소네 고용내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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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3일 끝난 일본집권 자민당의 총재예비선거는 주류 파의 지원을 받은「나까소네」(중증근강홍·64·행정관리청장관)후보가3명의 경쟁자를 누르고1위를 차지,25일의 본 선거를 거쳐 제11대 총재에 선임될 것이 확실해졌다.「나까소네」는 72년「사또」(좌등영작)내각이 끝났을 때 이미 한파벌의 영수로서「미끼」(삼목무부)·「다나까」(전중각영)·「오오히라」 (대평정방)·「후꾸다」(복전규부) 와 함께 이른바「삼각대복중」의 대열에 끼어있었다. 그 5명중 4명이 이미 모두 수상을 지낸 만큼 이번 차례는 당연히「나까소네」라 할 수 있으며 그 같은 인식이 이번 예비선거에도 영향이 미쳤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편「나까소네」에게 승리를 안겨준 배경이 바로 앞으로 탄생할「나까소네」내각의 한계를 그어「개성 없는 내각」·「특징 없는 정책」으로 그의 정치생명을 단축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우선 50명에 불과한 약세파벌을 거느리는 그가 1백7명의「다나까군단」, 87명의「스즈끼군단」에 업혀 수상이 되었다는 자체만으로 그는 이미 두 주인을 섬기는 시녀로 전락할 가능성을 안고있다고 봐야한다.
어느 한쪽의 신임을 잃더라도「나까소네」정권은 기초부터 흔들리게 된다. 더구나 이 같은「고용내각」을 궁지에 물아 넣을 복병이 너무나 많다.
가장 큰 고비는 록히드재판이다.「스즈끼」수상이 스스로 그만둔 것도 록히드 사건을 처리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문제는「나까소네」정권에 어렵고 무거운 짐이 되고있다.「다나까」전 수상에 대한 재판은 내년2월 구형공판을 거쳐 7∼8월께 1심 판결이 내려질 전망이다.
이 재판에서「다나까」 전 수상은 6개윌 정도의 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으로 관계전문가들은 보고있다.
「다나까」파는 이 같은 움직임에 대비, 자민당 내 인사와 재정권을 한 손에 쥐는 간 사장 자리를 자 파에서 차지, 선고공판이 있기 직전인 6월중국회를 해산하고 중·참의원동시선거를 실시(참의원선거는 당초 예정돼 있던 것으로 7월7일 이전 실시) ,간 사장 힘을 통해 자 파 세력을 보강한다는 방침을 굳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19일「다나까」전 수상이「6월 동시선거」발언을 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을 깔고있다.
이렇게 될 경우 이번에 출범하는「나까소네」내각은 일단내년6월까지의 시한부 내각이 될 수밖에 없다. 내각의 수명이 더 단축될 가능성도 있다.
「나까소네」자신은 총재당선이 굳어지자 비주류3파를 포괄하는 거당 내각체제구상을 밝혀왔으나 반「다나까」기치를내건「후꾸다」·「고오모또」(하본민부·경제기획청장관)·「나까가와」(중천일낭·과학기술청장관)의 비주류3파가 이에 응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비주류 3파가「나까소네」내각에 대한 협력을 거부할 경우 새 내각은 12월 임시국회의 추갱 예산심의부터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
더우기 내년 초의 정기국회에서「다나까」재판의 유죄구형을 계기로 야당이 대여공세를 펴고 이른바「회색고관」의 딱지가 붙은「니까이도」(이계당진)간사장등을 국회증언대에 세우려하는 경우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야당공세에 자민당의 비주류 파가 가세, 주류 측을 공격한다면 자민당은 79년의「40일 전쟁」, 80년의「오오히라」내각불신임결의와 같은 파국적인 상황에 몰릴 가능성이 있으며 최악의 경우 당 분열까지 각오해야할지 모른다.
「나까소네」총재가 과연 이 같은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지는 극히 의문이다.
이 경우「나까소네」로서는 국화를 해산, 국민의 신임을 물을 수밖에 없으며「나까소네」내각이 단명으로 끝나는 것은 물론 일본의 정치판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나까소네」가 이 같은 고비를 넘기고 계속 집권한다해도 그 성격은 과도내각이라는 운명을 벗어날 수 없다.
주류파 내에「다나까」파의「다께시따」(죽하등·58·당간사장대리),「스즈끼」파의「미야자와」(궁택희일·62·관방장관),「다나까」(전중륙조·59·정조회장)등 다음 타자가 차례를 기다리고 있으며 비주류 파는 이미 이번 예비선거에「아베」(안배진태낭·58·통산상)· 「나까가와」등 뉴 리더그룹을 출전시켜 기동훈련을 끝냈다.
「나까소네」내각은 이 같은 당내사정으로 보아 과감한 정책을 펴나가지 못할 것으로 봐야하며「나까소네」자신도 전임자인「스즈끼] 의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있다.
인사 면에서도「다나까」·「스즈끼」,그리고 비주류인「후꾸다」파의 주장과 안배를 고려하면 자신의 개성을 살리는 조각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상태다.
새로운 내각이 대외정책, 특히 대한관계에서 어떠한 자세를 취할 것인가는 우리들에게 큰 관심사이지만 이점에서도 과감한 전환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일본외교 가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나까소네」는 예비선거에서 승리가 굳어진 최근 중소관계개선 움직임과 관련,『중소관계가 밀착되면 일본은 한국과의 관계를 긴밀히 하지 않을 수 없다』 는 말을 사석에서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같은 그의 생각이 어느 정도 정책에 반영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무거운 짐을 지고 출발하는「나까소네」내각이 한일 간 새로운 시대를 여는데 어느 정도 기여할 것인지는 두고 볼 수밖에 없다.【동경=신성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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