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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 '맞장'… 삼성-SK 양보는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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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삼성의 3회 초 1사 1, 2루에서 김한수의 땅볼을 SK 2루수 정경배(上)가 병살 플레이로 연결하고 있다. 1루 주자 진갑용이 2루에서 포스 아웃된 뒤 1루 상황을 쳐다보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사자와 비룡이 4시간을 넘겨 그라운드에서 엉겨 붙었다. 그러나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기록지에만 명승부로 남았다.

프로야구 정규 리그 우승을 다투는 1위 삼성과 2위 SK가 26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대결했으나 4시간58분이 소요된 연장 12회까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무승부를 기록했다. 양팀은 여전히 승차 2.5를 유지한 채 주말에 두 차례 더 격돌한다.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라고 해야 할까. 수비에서 묘기가 쏟아졌다. 삼성 중견수 박한이는 6회 말 펜스 앞까지 뻗는 SK 김재현의 타구를 넘어진 채 손을 내밀어 잡아냈다. SK 3루수 이대수는 8회 초 진갑용의 내야안타성 타구를 넘어질 듯 잡아 1루에 송구해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안타는 삼성이 6개, SK가 5개를 기록한 팽팽한 투수전이었다. 삼성은 에이스 배영수를, SK는 7연승을 달리고 있는 외국인 투수 크루즈를 각각 선발로 내놓았다. 배영수는 최고 구속 148㎞의 빠른 공을 앞세워 호투했고, 크루즈는 최고 구속이 138㎞에 머물렀으나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움직임이 많은 까다로운 변화구로 타자를 요리했다.

선취점은 삼성이 올렸다. 삼성은 3회 초 1사 후 박종호가 중전안타로 출루한 뒤 2루를 훔쳐 기회를 만들었다. 양준혁 역시 중전적시타를 터뜨려 선취점을 뽑았다. SK는 4회 말 반격에서 선두 조동화가 볼넷을 고르고 1사 후 이호준이 좌익수 옆으로 빠지는 적시 2루타를 뽑아 간단히 1-1 동점을 이뤘다. SK는 위재영과 조웅천 등 6명의 투수를 동원했고, 삼성은 안지만에 이어 오승환이 9회부터 마운드를 지켰다.

배영수는 7과 3분의 2이닝 동안 1실점, 평균 자책점(방어율) 2.44로 이 부문 1위에 복귀했다. 8월 9일 이후 1위를 달린 롯데 손민한은 이날 잠실 두산전에서 1과 3분의 1이닝 동안 4실점해 패전투수가 되며 2위(2.57)로 물러섰다.

수위타자의 얼굴도 바뀌었다. LG 이병규(사진)는 한화와의 경기에서 5타석 4타수 4안타의 맹타를 터뜨려 시즌 타율 0.332로 이날 3타수 무안타에 그친 김재현(0.3232)을 밀어내고 리딩 히터에 복귀했다. 전날 삼성전에서 4타수 4안타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던 이병규는 8연타수 안타를 때려 절정의 타격 감각을 과시했다.

김재현은 7월 14일 이후 지켜온 1위 자리를 내놨고, 3위 한화 조원우는 LG전에서 4타수 2안타로 타율을 0.3230으로 끌어올렸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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