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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주먹」서 벙어리 글러브 검토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프로복싱은 인간의 파괴본능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 발생했으나 끊임없이 참화가 일어나면서 선수보호를 위한 기구 및 규칙의 개 정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 김득구의 불행을 계기로 또다시 획기적 대책이 논란되고 있다.
프로복싱에서 선수보호를 위한 노력은 어떠했는가.
복싱은 베어 너클(맨주먹), 글러브시대, 횟수제한 등으로 크게 변모, 선수안전대책을 강구해 왔다.
체격·장소·횟수제한 없이 싸우다 규칙이 처음 마련된 것은 1743년. 영국의 베어너클 선수인「재크·브로튼」에 의해서다. 이 규칙이 만들어진 것은 너무나 잔인한 희생을 줄이고 흥미를 주자는 여론이 일어났기 때문.
ⓛ1평방야드 링 위에서 경기를 한다. ②다운된 선수는 30초안에 일어나야 한다 ③판정에 불복할 때에는 양 선수가 심판을 부를 수 있다 ④다운된 선수를 공격하지 않는다 등이다.
그러나 근대복싱의 체재가 잡힌 것은 1867년 영국의「존·더글러스」가『퀸즈버리·룰』을 제정하면서부터이다.
이때는 횟수만을 제한 없이 했고 글러브를 착용하고 KO제 등을 만들었다.
1906년9월 라이트급의「조·간스」(미국)와「오스카·넬슨」(덴마크)이 42회를 벌인 것은 횟수제한 없는 시기에 대표적 경기다.
이후 미국일변도로 발전을 거듭, 30년대에야 정착되었다. 그러나 전세계에 본격적으로 보급되기는 2차 대전 이후다.
WBA(세계복싱협회)가 지난62년 참석, 세계적 타이틀매치가 이뤄지면서 팬들을 매료시키기 시작했다.
세계타이틀매치는 15회전, 동양타이틀매치는 12회전. 한국타이틀매치는 10회전등으로 구분되기 시작했다. 또 WBA가 지나치게 미국중심으로 활동하자 지난 63년에는 이에 맞서 WBC(세계권투평의회)가 멕시코에서 창설, 세계복싱은 2대기구가 됐다.
이같은 2대 기구 경기에서 프로복싱은 폭발적인 인기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링 위에서 사고가 빈발하자 회의감도 많이 불러일으켰다. 공산권은 애초부터 프로복싱을 금지해 왔으며 자유진영에서도 아이슬랜드·스웨덴·노르웨이 등 북유럽 3개국은 이미 법으로 프로복싱을 금지하고 있다. 심지어 노르웨이는 프로복싱경기를 개최하거나 출전한자는 물론 트레이닝이나 시범경기를 한 자도 최고3개월의 금고형을 받도록 하고 있다.
또 지난62년 미국에서도 웰터급 세계챔피언인「베니·파레트」가 도전자「에밀·그리피드」에게 12회 KO패한 뒤 사망하자『야만적인 살인스포츠 복싱을 금지시켜라』라는 여론이 거세게 일어났다.
그러나 복싱기자와 평론가들은『같은 해에 14명의 복서가 사망한 것은 끔찍한 일이지만 미식축구는 37명이 죽었고 자동차경주에서는 43명이 사망했으며 심지어 골프에서도 11명이 죽었다』라는 사실을 상기시키자 프로복싱폐지론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또 지난 80년9월 WBC밴텀급 타이틀매치에서「조니·오엔」(영국)이「루페·핀토르」(멕시코)에게 12회KO패, 44일간의 혼수상태 끝에 사망하자 영국복싱연맹은 복서는 경기 전 완전한 건강체임을 증명하는 건강패스포트를 발부하자고 제의했으나 역시 별 무소득이 되고 말았다. 또 복서들이 끼는 글러브도 많은 변천을 가져왔다. 현재 세계 복싱 계에서 사용하는 글러브는 미국제·멕시코 제·일본제 등 3가지가 대종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글러브는 약간의 차이가 있어 멕시코 제는 너클(정권)부분이 가장 딱딱해 KO율이 높고 일본제는 약간 부드러워 KO율이 낮으며 미국제는 중간에 해당된다. 또 글러브의 색깔은 적·황·흑색 등 3가지가 있다. 글러브무게는 6온스부터 14온스까지 구분되는데 체급에 따라 중량급은 무거운 글러브를 착용하게 된다.
최근 들어 글러브의 개선, 횟수제한, 또 휴식시간연장까지 크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체육회의장인「에이린·이튼」씨는『링에서 선수가 죽는 위험성을 완전히 제거하는 방법은 없다』고 단언하고 유일한 방법은 심판이 상황에 따라 빨리 결정하는 것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스포츠평론가「도그·크리 코리안」씨는『유일한 해결책이 일부 아마경기와 같이 헤드기어를 쓰는 것이라고 보이나 이것은 심한 두뇌손상은 피할 수 있지만 앞으로 복싱에 KO의 묘미가 없어지고「치고 내빼는」형태의 춤추는 복서들만 판을 치게 하는 결과를 빚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은 심판이 빨리 경기를 중단시키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는 결론이 나오고 있으나 그 시기 결정이 어려운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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