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 사건 항소심 판결문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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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철희·장영자 피고인은 기록에 나타난 재산정도·주식투자의 손실 등을 고려할 때 판제 능력이나 의사가 없었다고 보여 사기부분의 유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2배수 어음은 담보용이고 유통용이 아니라고 봐야하며 일신·공영 측의 피고인들이 한결같이 『이·장부부가 어음을 사채시장에서 할인하는 줄 알았다면 발행을 안 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미루어 이·장 부부가 이들을 속였다고 봐야한다고 판단했다.
또 임재수 피고인에게 1억5천만원을 준 부분에 대해서는 『거액을 업무와 관련 없이 의례적으로 주었다고 보기 힘들고, 당시 임피고인과 수백억원의 당좌거래를 하고 있던 점으로 보아 업무와 관련이 있다고 봐야한다』고 밝혔다.
임피고인의 배임부분에 대해서도 1인 회사라 하더라도 법인과 개인은 구별돼야 하고 주식회사의 주주가 멋대로 회사재산을 사용할 수 없다고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배임중재부분에서 원심이 증거 설시 없이 유죄로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며 원심을 파기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다시 증거를 설시 하고 유죄를 선고했다.
이규광 피고인에 대해서는『처제인 장영자 피고인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것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알선수재로 봐야한다』고 밝히고 『그러나 이피고인의 나이가 57세인점 등으로 1심 형량 4년은 너무 무겁다』며 1심 파기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피고인의 전 변호인 정명내 변호사가 항소이유서에서 『처제인 장피고인이 이피고인에게 돈을 준 것은 생활비』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문제의 한·중동 합작은행은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공무원의 직무와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주창균 피고인에 대해서는 『주피고인은 초범이며 부도를 낸 데는 이·장 부부의 사슬에 휘말린 것이 뚜렷하고 55년 일신제강을 창설한 이래 온 정열을 기울여 국내 제2의 철강업체로 키운 공로가 있고 부도난 수표는 대부분 회수한 점 등을 고려,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한편 임재수 피고인은 『이·장 부부의 거액 은행예금 유치에 현혹돼 범행을 저지른 점은 인정되나 은행 최고책임자로서 정상적 업무수행을 해야 함에도 개인의 부탁에 말려들었다던가, 비록 17일만에 돌려놨다 해도 l억5천만원을 받은 사실은 용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용남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이·장 부부가 사들인 외화가 매각의 전제조건으로 사들인 것이 아니므로 외환관리법 위반 죄로 볼 수 없다』고 무죄이유를 밝혔다.
공덕종 피고인에 대해서는 『피고인에 대한 업무상 배임과 배임수재는 모두 인정되나 30년 동안 은행원 생활을 성실히 하면서 최고책임자로서 시중은행 중 영업성적 제1의 위치에까지 끌어올렸고 60세의 고령인데다 치명적인 지병을 앓고 있어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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