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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실업률 계속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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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경제성장의 최종 목표는 고용증대다. 기업들이 장사가 잘 돼 채용을 늘리고 직원들에게 적절한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건전한 중산층이 형성돼 사회의 바탕이 튼튼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경제 동향을 들여다 보면 경기가 회복돼도 고용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은 전달보다 0.2%포인트 높아진 6.0%로 8년래 최고치였던 지난해 12월과 같아졌다. 이라크전쟁이 기대했던 대로 조기에 끝났고 경기가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 같지는 않다는 일반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실업자가 별로 줄어들 것 같지 않다고 진단한다.

대형 투자은행인 UBS 워버그의 마우리 해리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미국 경제가 회복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하면서도 "그러나 고용상황은 개선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올 연말 미국의 실업률 전망치를 종전의 6%에서 6.3%로 오히려 상향 조정했다.

◇기업 실적은 개선 중=미국 기업들의 최근 실적은 전년에 비해 호전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6일(현지시간) 금리를 더 내리지 않은 것도 이런 판단에 바탕을 두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5백대 기업인 S&P 500 기업의 3분의 2가 최근까지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순익증가율이 12%를 넘었다. 또 실적이 전문가의 예상치를 웃돈 기업도 63%에 달했다.

지난 3월 공장주문도 전달보다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 1.2%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2월의 공장주문이 1.5% 감소했던 점을 감안하면 제조업 부문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는 관측이 나올 만 하다.

또 달러화가 꾸준히 약세를 보이는 것도 수출기업들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 및 철강제품 회사인 팀켄의 회장인 W R 팀켄 주니어는 "1992년 수출이 18% 늘어남으로써 전년까지 이어진 경기침체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됐듯이 수출 증가가 (경기회복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고용시장은 여전히 찬바람=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제조업체의 경영자들은 아직도 고용확대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미 제조업체들은 지난달에만 9만5천개의 일자리를 없앴다. 4월까지 제조업체의 고용은 33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기간이다.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도 불황을 의미하는 40만명선을 11주 연속 웃돌고 있다.

공장 주문이 증가하는데도 고용이 줄어드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거 과잉투자의 후유증이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최근 2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미국의 경기후퇴 국면은 90년대 말 정보기술(IT)바람을 타고 이뤄진 과잉투자와 무관치 않다. 그동안 남아돌거나 생산성이 떨어지는 공장을 많이 폐쇄했지만 정보통신 분야를 비롯해 아직도 많은 부문에선 생산시설 과잉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는 또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인수.합병(M&A)을 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인력감축 요인이 발생, 실업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US철강이 내셔널철강을 인수하면서 전체 인력 중 20%가 직장을 잃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공정을 자동화하는 작업도 일자리를 줄이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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