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유 재고 76% 급증 … 중국 수출마저 만만찮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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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올해는 29만1000t의 우유가 팔리지 않은 채 분유로 저장될 전망이다. 덜 더운 여름을 지내면서 젖소들의 우유 생산은 늘었지만, 소비는 그만큼 따라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유 잉여량은 지난해보다 76% 늘게 됐다. 정부와 낙농업계가 기대하는 판매 활로는 중국이다. 2008년 중국에서 멜라민 분유 파동이 발생한 뒤, 중국인 사이에서 자국 유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을 활용하자는 전략이다. 실제 중국으로 수출한 분유는 2009년 470만 달러에서 지난해 5630만 달러로 연평균 181%씩 늘었다. 중국내 우유소비량도 해마다 4.1%씩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중국 우유시장을 노리는 나라는 한국만이 아니다. 7일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2년 중국에 진출한 스위스 ‘네슬레’는 2017년까지 4억1000만 달러를 중국 내 우유 사업에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네덜란드의 ‘글로브밀크’는 중국 현지시장 진입 계획을 5월 발표했고, 지난해 4억200만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한 프랑스 ‘다농’은 중국 내 식품기업 ‘멍뉴’와 함께 요구르트 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뉴질랜드 ‘폰테라’는 베이징에 목장을 개설했고, 덴마크 ‘알라푸드’도 멍뉴의 지분을 최근 사들였다. 유럽에 비해 거리가 가까운 점을 활용해 수출을 늘리려는 한국과 달리, 유럽계 회사들은 현지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내 유럽계 유제품이 오히려 한국 시장을 위협할 거란 분석도 나온다. 김태성 농협경제연구소 축산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가격과 품질을 앞세운 다국적 기업 유제품이 오히려 중국에서 역수입돼 우리 시장을 공략할 우려가 있다”며 “계속 성장하고 있는 중국 우유시장에서 우리 업체의 기반강화를 위한 공세적인 브랜드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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