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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우융캉 법정 세우는 시진핑 … '최고 사형' 기밀누설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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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국 공산당은 5일 저우융캉(周永康·72·사진) 전 정치국 상무위원의 당적을 박탈하고 법정에 세우기로 했다. 기율 위반을 비롯한 일곱 가지 혐의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서기에게 기밀을 누설했다는 혐의도 포함돼 사형 선고까지 가능하다.

중국 공산당은 5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주재로 정치국 회의를 열어 부패 등 혐의로 당 기율위 조사를 받고 있는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 서기에 대한 당적 박탈 및 사법기관(검찰) 이송을 결정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6일 보도했다. 저우는 1949년 공산당 정권 수립 이후 비(非)정치적 이유로 기소되는 첫 정치국 상무위원이 될 전망이다. 그의 혐의는 ▶당 기율 위반 ▶직무를 이용한 불법 사익 취득 및 뇌물 수수 ▶직권을 이용한 가족과 정부(情婦) 등에 대한 편의와 이익 제공 ▶당과 국가 기밀 누설 ▶본인 및 가족들의 타인 재물 접수 ▶권력과 돈을 이용한 수 명의 여성과의 간통 ▶기타 범죄 단서 등 일곱 가지다.

 무기 징역형을 받고 복역 중인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와 함께 시 주석 체제를 전복하려는 정변을 모의했다는 의혹도 있었으나 혐의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당과 국가 기밀 누설 혐의는 중형이 불가피한 ‘국가안전법’ 위반이어서 사형 가능성까지 있다.

 저우는 2012년 2월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이 청두(成都)에 있는 미국 영사관으로 피신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동지 관계인 보 전 서기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형법에도 없는 간통 혐의가 포함된 것은 향후 부패척결 과정에서 공직자들의 혼외 정사 문제를 당 기율 위반으로 보고 좌시하지 않겠다는 신호다. 저우는 리둥성(李東生) 전 공안부 부부장의 소개로 CC-TV(중앙TV) 앵커나 아나운서들과 관계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 전 부장은 CC-TV 부국장(2000~2001)으로 있으면서 저우의 후원으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다. 당 기율위는 저우 조사 과정에서 수 명의 CC-TV 여성 앵커들을 조사했으며 이 중 상당수가 저우의 정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 기율위가 저우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또 다른 범죄 단서를 발견했다고 밝힌 것은 그의 전처 살해 의혹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저우의 전처인 왕수화(王淑華)는 2000년 저우와 이혼한 뒤 베이징(北京) 인근에서 의문의 교통 사고로 숨졌다. 당시 쓰촨(四川)성 당서기였던 저우는 자신보다 28세 어린 CC-TV 기자 출신의 자샤오예(賈曉燁)와 결혼하기 위해 살인을 교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특히 쓰촨성 군 부대 차량이 사고와 관련됐고 사고를 낸 기사 2명은 체포돼 15년형과 20년형이 선고됐지만 3년과 4년 수감 후 모두 풀려나 의혹을 키웠다. 저우는 왕이 숨진 6개월 후 자와 결혼했다.

 저우의 뇌물 수수 혐의는 천문학적이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중국 당국이 저우의 가족과 측근들로부터 최소 900억 위안(약 16조2000억원)의 자산을 압수했다고 전했다. 특히 그의 장남 저우빈(周濱)은 지난 20여 년간 ‘신비의 투자자’라는 별명으로 중국 금융계의 황태자로 군림했다. 그는 수십 개의 금융투자회사는 물론 석유업계에서 최고 영향력을 행사했는데 이 과정에서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아들과 석유회사를 만들어 공동 경영하기도 했다. 저우빈의 부인 황완은 미국 국적을 취득한 후 중국 석유 산하 주유소 8000개를 운영했다.

 당 기율위는 그동안 저우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석유업계와 친인척 등 모두 300여 명을 사법 처리했다. 장쑤(江蘇)성 우시(無錫) 출신인 저우 전 상무위원은 베이징 석유학원을 졸업한 후 28년 동안 석유 업계에 근무하며 영향력을 키웠다. 장 전 국가주석 도움으로 1998년 국토자원부장으로 발탁된 그는 석유업계 인맥과 자금을 활용해 쓰촨성 당서기와 공안부장에 올랐으며 2007년 국가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랐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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