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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생사 여전히 說 … 說 … 說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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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9일로 미군이 바그다드를 함락한 지 한달이 지났지만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생사는 오리무중이다.

안가(安家)에 대한 미군의 정밀폭격으로 사망했다는 설, 자신의 고향이자 최대 지지기반인 티크리트의 모처에 숨어있을 것이라는 설, 거액을 가지고 해외로 도피했을 것이란 설 등만 무성하다.

이 와중에 대미 항전을 촉구하는 후세인의 모습이 담겼다는 비디오나 육성 테이프들이 아랍 언론을 통해 간헐적으로 공개되어 상황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7일에는 호주의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모든 이라크인은 미군 축출에 나서라고 독려하는 후세인의 육성이라는 테이프를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에는 후세인이 이틀 전 직접 썼다는 자필 편지를 런던의 한 아랍계 신문이 보도했다.

이런 테이프들이나 다른 증거물을 둘러싸고는 진짜 후세인이나 후세인의 작품이 맞는지, 언제 만들어진 것인지 등을 둘러싸고 의혹이 많다. 분명한 것은 거의 없다.

후세인 생사에 대한 미국의 공식 입장은 "모른다"다. 7일 발표된 육성 테이프에 대해서도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지 못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런 가운데 미 정보당국은 일단 후세인의 생존 가능성에 조심스럽게 무게를 두고 있다. 후세인이 바그다드 함락에 대비한 '패전 후 전략'을 마련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남에 따라 그가 치밀한 도피 계획도 준비했으리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후세인은 개전 직전인 3월 18일 둘째아들인 쿠사이를 통해 이라크 중앙은행에서 10억달러를 인출했다. 패전 후를 대비한 도피자금일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CNN은 7일 후세인 연구 전문가의 말을 인용, "그가 죽었다는 증거가 없는 만큼 살아있다고 봐야 한다"며 "만약 살았다면 이라크 내에 숨어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의 최근 언급도 후세인의 생존 쪽에 기울어져 있다. 그는 "후세인은 대역을 서너명 이용하고 매일 은신처를 바꾸는 등 신변 보호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인물로 쉽게 찾아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알카에다의 오사마 빈 라덴도 여전히 살아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후세인의 생존은 미국에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

한편 후세인의 아들인 우다이와 쿠사이가 이라크 출신의 한 미국 기업인의 중재 아래 투항여부를 놓고 미군 당국과 비밀리에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일간 알샤크 알아우사트가 미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 8일 보도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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