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돌나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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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산나물의 계절이다.

향기로운 멧미나리, 도톰하고 달큰한 두릅, 쌉쌀한 개두릅, 아기 손 같은 고사리, 털이 보송한 삽주싹…. 산나물 무침에는 이 산 저 산 옮겨 다니며 하나 둘씩 나물을 뜯어 모았을 어머니의 손 냄새가 배어 있다.

요즘은 산나물도 재배를 한다. 그래서 농산물 시장이나 백화점 야채 파는 곳에 가면 쉽게 살 수 있다. 물론 종류가 한정돼 있고 향기도 진하지 않다. 이 중에는 '돈나물' 또는 '돝나물'이라는 표찰을 단 것도 있는데 이 녀석의 진짜 이름은 '돌나물'이다.

이 식물은 들판이나 야산의 돌무더기 위에서 기어가듯 자란다. 그래서 돌나물이다. 자그마한 잎이 조롱조롱 붙은 줄기는 마디마다 뿌리가 난다. 너무 연해서 데쳐 먹을 수도 없다. 그러나 생으로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상큼한 봄맛이 느껴진다.

돌나물 외에 많은 사람이 이름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이 '비듬나물'이다. 먹는 것을 두고 지저분하게 '비듬'이라니! 이 식물의 진짜 이름은 비름이다.

비름에는 참비름과 쇠비름이 있는데 우리가 흔히 먹는 것은 참비름이다. 사실 비름은 산채가 아니고 밭에 돋아나는 잡초다. 이 풀의 연한 잎과 줄기를 따서 삶은 게 비름나물이다.

생활이 풍족해지면서 성인병도 크게 늘었다. 옛날 식단으로 돌아가는 것이 건강해지는 비결의 하나라고 한다. 풋풋한 산나물 향기와 어머니의 손맛이 새삼 그립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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