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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를 주무르는 전직 뱅커 들의 현주소|한국은행 출신들|관·재계 많이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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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연말을 앞두고 성급한 개각설이 나오면서 몇몇 금융계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지금은 꼭 안 그렇지만 10년 전까지만 해도 금융인은 다른 부문보다 월등했고 또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이들 뱅커 출신들은 관계는 물론 재계·학계에 많은 인재들을 공급해 두터운 인맥을 형성하고 있으며 무슨 자리가 빌 때마다 으례 하마평의 대상이 된다.
이들은 각 은행별로 동우회를 조직, 친목과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각계의 금융인맥을 따라가 보자.
재계나 학계, 특히 관계의 금융인맥을 따라가다 보면 십중팔구 한국은행으로 귀착된다.
과연 한국은행은 「인재의 산실」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금융인맥의 원류를 이루고 있다.
우선 한은 출신의 엘리트관료인맥을 꼽아보자.
백두진·남덕우·유창순 3총리를 비롯, 장기영·신병현·김준성 부총리를 배출했다.
또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장예준 전 상공부장관, 나웅배·강경식 전·현 재무장관, 김정렴 전 청와대비서실장, 이경식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도 모두 한은에서부터 사회생활의 첫 발을 디딘 엘리트관료 들이다.
한때 한은 출신을 빼면 경제부처는 넘어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한은 출신의 재계인사도 많다. 총재출신으로는 이정환 한국합섬고무사장, 민병? 경춘 관광개발회장이 있고 부총재 출신으로는 송인상 동양나일론회장, 문상철 신동아화재해상보험회장(전국민은행장·조흥은행장), 김기엽 조선맥주회장. 이정렬 금호그룹부회장, 홍용혜 한국타이어고문(전 외환은행장)등이 있다.
한편 정혜준 효성물산사장이 한은에서 출발, 외환은행전무를 거친 금융통이고 최명걸 새한자동차사장, 정해영 대우상무 등은 일찌기 한은 과장시절 스카우트됐던 한은맨 이었다.
또 한은이사 출신으로는 주은식 대우중공업부사장을 비롯해 조천식 태화방직사장, 추인석 동아투금사장(내정)등이 있고 이 밖에 김선근 아세아종금사장, 김원돈 한외종금사장(전 외환은이사), 김홍석 한국투신사장, 박승순 선창산업사장(전 한일은이사), 박인수 효성알미늄사장(전 외환은이사), 우재구 공영토건사장, 윤학수 한국종금사장(전 외환은이사), 이창근 한국개발리스사장(전 서울은행이사) 등 한은에서 출발, 시중은행항을 거치거나 또는 직접 재계로 나온 인사들이 수없이 많다.
한편 한은을 거쳐 현재 학계나 연구기관에 몸담고 있는 인사들로는 김영? 한국개발연구원이사장, 박성상 한국산업경제기술연구원장, 이만기 한양대대학원장, 박승 중앙대교수, 이갑섭 성대교수, 민병균 외대교수, 임동승 무협상무, 권오균 국민대교수, 김상형 한국산업정책연구소이사장(전 한은부총재)등을 꼽을 수 있다.
이처럼 한은 출신의 인맥은 관계·학계·재계에 고루 퍼져 있는 반면 한 때 역시 관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적이 있는 산은 출신들은 지금은 뜸하다.
산은이나 시중은행 출신의 뱅커 들은 관계나 학계보다 재계로의 진출이 두드러 진다. 중앙은행처럼 금융정책을 다루지 않고 금융의 일선에서 오랜기간 종사하기 때문에 업계와의 접촉도 훨씬 많고 또 각 기업은 기업대로 주로 자금·재무관리의 측면에서 시중은행 출신들을 영입해 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역대 산은 총재출신들은 현재 거의 다 재계의 중진들이다.
즉 이필석 국제화재해상보험회장, 홍승식 한국종합특수강회장, 나익진 동아무역사장, 박동규 해외건설협회장, 서병수 경인도시가스회장 등이 모두 산은총재를 역임한 인사들이다.
또 산은 부총재 출신으로는 박응서 국제종금사장, 심원택 대한투금사장(전 서울신탁은행장·조흥은행장), 이병준 한국투금고문 등 현재는 주로 제2금융권에 나가있는 사람들이 많고 이밖에 정재철 국회예결위원장(민정), 정춘택 외환은행장도 관계에서 산은 부총재를 거쳐 현직에 이른 사람들이다.
그리고 김정양 안국화재부사장, 이세환 대우조선부사장, 이춘우 대한가스고문, 정기영 동아자동차부회장 등은 모두 산은이사출신의 업계인맥이다.
한편 국민은행 출신으로는 김상찬 신용보증기금이사장, 윤철순 한일투금사장(내정), 최병철 의료보험연합회 이사 등이 있고 중소기업은행 출신으로는 김용운 서울신탁은행장, 조우동 삼성조선회장, 김윤재 효성물산부사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이근수 남광토건부사장, 김영규 동양증권사장, 이길우 동양투금부사장, 이원작 유개공사장 등은 제일은행이 길러낸 재계인사들이고 재무부국장을 거쳐 한일은행장을 지낸 서재식 한국플라스틱사장을 비롯해 하진모 동남증권회장(전 상은전무·조흥은전무·한일은행장), 김종섭 대우조선감사(전 외환은감사)등은 모두 시중은행 몇 군데씩을 거쳐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다.
보수적이라는 평을 듣기도 하지만 「보수」처럼 확실한 사람들이라는 것이 이들 뱅커 출신들의 공통된 자산이다.

<김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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