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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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나라 산림면적은 전 국토의 67%인 6백 60만ha다.
6백 60만ha는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전국토의 67%라는 규모는 대단한 것이다.
얼핏 통계표에서 보면 세계 최고의 삼림국 핀란드의 69.2%에 육박한다.
일본의 65.5%, 소련의 41.1%, 캐나다의 32.7%, 미국의 31.1%, 서독의 29.4%, 프랑스의 26.6%에 비해 앞서고 있다.
영국의 8.5%에 비하면 그야말로 천양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리 즐거워할 필요는 없다.
천혜의 산림국이면서도 삼림자체는 빈약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산림 중 수령이 20년을 넘은 것은 겨우 20%에 미달하고 나머지는 모두 어린 나무가 아니면 잡목. 용재, 풍치, 학용 등 산림의 재 구실은 요원한 실정이다.
더우기 산림의 7% 정도는 아직도 불모지. 벌거숭이산과 불량림을 모두 합쳐 새로 조림해야할 곳이 무려 1백 95만ha나 된다.
또 ha당 평균 입목 축적도 형편없다. 산림당국은 70년대 이래의 산림녹화사업의 덕으로 우리 산림축적은 1억 4천 6백만 입방m로 크게 충실해졌다고 자랑하지만 그건 아직 요원한 수준이다.
서독의 ha당 임목 축적이 1백 38, 스웨덴이 85, 일본이 71, 영국이 61인데 비해 우리는 겨우 15입방m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의 계획조림과 산림경영사업은 괄목할 성과도 거뒀다.
남벌과 전화로 시뻘겋게 헐벗었던 우리의 산림도 이젠 추악한 몰골만은 아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봐도,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둘러봐도 그냥 우리의 산천이 을씨년스럽지만은 않다.
73년부터 시작된 산림녹화사업의 결과다. 79년부터는 제2차 10개년 연화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77년부터는 「육림의 날」도 제정됐다.
매년 막대한 예산을 들여 6억여 그루씩 나무를 심었지만 사후관리를 하지 않아 말라죽거나, 잡초 속에 묻혀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나무들이 많기 때문이다.
나무는 심기만 해도 안 된다. 잘 관리해야 한다. 식목 땐 나무뿌리의 활착에 유념해야겠지만 뒤이어 검목과 시비에도 신경을 써야한다. 나무의 생성이 정지되는 11월은 그 작업에 가장 좋다.
육림의 중요성은 단지 한 국가에 한정되진 않는다.
지난 9월 국제임업연구기구연합의 제17회 세계대회에선 「육림 선언」도 채택됐다.
『매분마다 지구상의 삼림은 10ha씩 사라지고, 그에 따라 지구의 물과 산소도 대량으로 고갈해가고 있다. 그것은 석유의 위기 정도가 아니다. 곧 닥쳐올 심각한 사태에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육림」은 곧 국부만이 아닌 인류 구원의 과업이란 인식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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