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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공부] '내 몸에 딱'… 맞춤 학습 해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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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는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해요." "우리 애는 공부는 하는데 성적이 안 올라요."

많은 부모가 하는 고민이다. 그러나 부모가 고민하고 잔소리를 늘어놓는다고 아이의 성적이 오르진 않는다. 공부를 못하는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

서울대 학습증진클리닉에서 3년여간 지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1등 하는 아이는 공부방법부터 다르다'라는 책을 쓴 신성웅 소아정신과 박사(경기도 청심병원 근무)는 그 원인을 '공부유형'에서 찾았다. 아이마다 공부유형이 서로 다른데, 그 개성을 무시하고 무작정 공부를 시키니까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부유형을 알아야, 아이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할 수 있다. 내 아이의 공부유형이 뭔지, 거기에 맞는 공부법은 무엇인지 신성웅 박사를 통해 알아봤다.

◆창의력 뛰어나지만 산만한 수평형=신성웅 박사는 지식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따라 공부유형을 '수평형'과 '수직형'으로 나눈다. 수평형은 지식 사이의 관계를 한눈에 파악해서 입체적으로 깨닫는다. 반면 수직형은 차근차근 지식을 쌓아가며 배운다. 수평형은 창의성은 높지만 집중력이 약한 편이다. 수직형은 실수가 작고 집중을 잘하지만 융통성이 부족하다.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영훈이(가명)는 '똘똘하다'는 소리를 듣는 아이였다. 하지만 알림장을 제대로 안 적어오거나 준비물을 빠뜨리는 등 실수가 많았다. 수업시간에도 집중하지 못했고 몇 단어만 듣고 전체 내용을 다 아는 것처럼 여겼다. 스스로 똑똑하다고 여겨서 받아쓰기나 단순 계산은 시시하게 여겼다. 또 문제를 끝까지 읽지 않고 답을 써서 틀리곤 했다.

영훈이는 전형적인 수평형이다. 이런 아이들은 자존심이 강하다. 그 때문에 "사실 너 그거 잘 모르잖아"라며 자존심을 건드리면 오히려 "공부 안 해"라고 할 수 있다. 신 박사는 "사소한 실패는 언급하지 말고 아이가 노력하지 않은 부분과 부주의한 부분에 대해 감정을 섞지 말고 지적해줄 것"을 조언했다. 또 공부 계획표를 만들게 했다. 긴 시간보다는 '1시부터 1시 20분까지 국어 1 단원 중심문장 찾기'와 같이 짧은 시간 단위로 계획을 세웠다.

영훈이가 좋아하는 과학 과목에 대해서는 백과 사전을 찾아보며 한 단계 심화학습을 하도록 했다. 수평형 아이들은 도전의식이 강해서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넘으면 그 다음엔 더 잘하게 된다. 대신 "중학교에 가면 훨씬 더 어려운 내용이 있다"고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이 있음을 분명히 알려줬다. 6학년 때까지 학습증진클리닉에 다녔던 영훈이는 남의 얘기를 집중해 끝까지 듣는 법을 익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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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지만 응용력 부족한 수직형=초등학교 4학년인 수현이(가명)는 글씨도 잘 쓰고 노트 정리도 잘하는 모범생이었다. 암기 과목은 곧잘 했지만 수학, 특히 문장으로 된 문제는 매우 힘들어했다.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응용문제가 많아지자 성적이 뚝 떨어졌다.

상담 결과 수현이의 문제는 무리한 선행학습이었다. 수현이는 차근차근 아래 단계에서부터 지식을 쌓아가는 수직형 아이다. 그런데 갑자기 단계를 뛰어넘어서 배우다 보니 내용이 이해되지 않은 것이다. 특히 구체적인 사실은 잘 외우지만 추상적인 개념은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수직형의 특징을 보였다.

신 박사는 수현이 부모에게 선행학습을 보류하도록 했다. 대신 쉬운 문제를 풀면서 개념을 확실히 이해하도록 했다. 또 추상적인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어려운 단어는 아주 쉬운 말이나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사물로 바꿔서 설명했다. 문장으로 된 문제는 문장을 바로 수식으로 바꾸는 것을 어려워하기 때문에 그림을 이용해 단계적으로 푸는 연습을 시켰다. 일단 긴 문장을 짧은 단문으로 쪼갠 뒤, 각 단문을 그림으로 바꿔 표현하고 그 그림을 다시 수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수현이는 이런 훈련 결과 1년 뒤 평균 수준으로 수학성적이 향상됐다.

수직형은 '발동이 늦게 걸리는 아이'이다. 처음에 무엇을 시작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평형과 달리 좀 더 긴 호흡으로 공부해야 한다. 신성웅 박사는 초등학교 3.4학년 때 자기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고 5학년 이후엔 그 공부법에 따라 스스로 공부하는 재미를 붙여야 한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땐 시험 성적에 연연하기보다는 공부하는 방법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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