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감청 허가한 적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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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검찰이 국정원에서 압수한 휴대전화 감청장비(CASS)의 사용 리스트가 합법적인 감청 절차를 거친 것인가. 국정원이 합법적으로 감청할 수 있는 방법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네 가지로 제한돼 있다. ▶법원의 영장 발부▶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의 허가▶대통령의 승인▶법원이나 대통령의 사후 승인 등이다.

검찰이 압수한 리스트는 국정원이 CASS를 운영한 1999년 12월부터 2000년 9월 사이의 자료다. 이는 99년 9월 22일자 주요 일간지에 국정원과 정보통신부가 "휴대전화는 감청이 안 됩니다"라는 광고를 실은 직후다. 법원에 영장 발부를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휴대전화 통화 감청이 가능하다는 걸 시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영장 발부 업무를 담당했던 한 부장판사는 "휴대전화 감청 영장을 처리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의 허가를 받았을 가능성도 크지 않다. 통비법에 의하면 국정원은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상당한 위험이 예상되고 통신 일방이나 쌍방이 내국인일 경우에는 고법 수석부장판사의 허가를 받아 감청(7조 1항 1호)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 서울고법 수석부장이었던 한 인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에 대한 감청영장을 2건 발부한 적은 있지만 모두 유선전화 감청 건이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감청한 목록이 담겼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 국가안전보장과 관련해 적대 국가나 반국가활동 혐의가 있는 외국의 기관.단체와 외국인, 북한 등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승인을 얻으면 된다.

문병주.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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