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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80년대 운동권에도 군대문화 존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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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여성학자 권인숙(41)씨가 80년대 운동권 내부에 널리 퍼져있던 군대문화를 분석한 책자를 최근 펴냈다.

권씨는 '대한민국은 군대다'(청년사)라는 저서를 통해 "학생운동에 동참할 당시 내 삶 자체가 군사화돼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80년대 학생운동권 내부에도 권위적 군사문화가 내재돼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 군대의 특징을 ▶계급적 위계질서▶남성들끼리의 강한 연대의식▶여성 비하▶소수자 차별 이라고 규정하고 이 같은 특성을 운동권 내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도 여성을 비하하는 군대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남성처럼 행동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핵심운동가 그룹인 언더 서클에서 여성을 받아 들이지 않았고, 화려한 치마라도 입으면 모욕적인 언어 폭력을 당해야 했다"며 "돌이나 화염병을 던지는 남학생들 옆에서 육체적 열등함이 혐오스럽기도 했었다"고 고백했다. 권씨는 이같은 군대문화를 없애기 위해서는 징병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했다. 그는 "남성 징병제로 유지되는 대한민국 군대는 인권의식을 약화시키고 소수자.약자의 희생을 강요한다"며 "'모두 다 군대에 가야 한다'는 현재의 징병제 대신 개인의 다양한 사상과 의지가 인정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82년 서울대 의류학과에 입학해 학생운동에 적극 가담했던 권씨는 86년 부천서 성고문 사건의 당사자로서 수사 과정의 성폭력 사실을 고발했었다. 그 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남 플로리다 주립대 여성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명지대에서 여성학을 가르치고 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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