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사진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스틸컷]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72)은 인간승리의 표상이다. 몸이 굳어가고, 말조차 할 수 없는 루게릭병과 싸우면서도 양자우주론·블랙홀 증발 등 혁명적 이론을 발표하며, 우주에 대한 인류의 탐구에 빛을 던져줬다.

 우주의 신비에 누구보다 가까이 다가간 그에게도 ‘여자’는 이해하기 힘든, 미지의 영역이었다. 지금까지 두 번의 이혼을 한 그는 한 인터뷰에서 “여성은 정말 완벽한 미스터리”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10일 개봉, 제임스 마쉬 감독)은 호킹 박사와 그의 첫 부인인 제인 와일드(70)의 위대하고도 가슴 아픈 사랑을 그렸다. 제인 와일드가 2007년 펴낸 회고록 『무한으로의 여행:스티븐 호킹과 함께한 인생』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영화는 케임브리지대 대학원에서 물리학을 전공하는 스티븐 호킹(에디 레드메인)의 활기찬 캠퍼스 생활로 시작한다. 명석한 두뇌를 지닌 스티븐은 매력적인 제인 와일드(펠리시티 존스)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에게 가혹한 시련이 찾아온다.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사멸하는 루게릭병에 걸려, 살 날이 2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선고를 받은 것이다. 1963년의 일이다.

 지팡이 없이는 걸을 수도 없고, 발음도 흐릿해져가는 그에게 남은 건 절망뿐. 하지만 제인은 그의 버팀목이 돼주며, 스티븐의 부모조차 반대하는 결혼을 밀어붙인다. 제인의 헌신 덕에 스티븐은 다시 일어나, 학문에 대한 열정을 불태운다.

 하지만 기적 같은 사랑은 오래가지 못한다. 호킹 박사는 저 멀고 광대한 우주의 생성원리를 탐구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여인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하는 모순에 빠진다. 영화는 둘 사이에 균열이 생기며 파국을 향해가는 과정을, 논리적으로 정답을 찾아가는 호킹 박사의 연구와 병치시켜 보여준다.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건 두 주연 배우의 열연이다. 특히 에디 레드메인은 손가락 끝의 미세한 움직임부터 굳어있는 얼굴 표정까지, 호킹 박사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해냈다. 호킹 특유의 표정을 연기하느라, 입 근육이 눈에 띄게 발달했다고 한다. 할리우드 비평가들은 벌써 그를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의 유력 후보로 꼽고 있다. 자신의 컴퓨터 합성 목소리를 영화에 사용하도록 허락해 준 호킹 박사는 페이스북에서 그의 연기를 칭찬하며, 다음 같은 말을 남겼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이 없었다면, 내가 이룬 모든 것은 매우 공허한 우주에 불과했을 것이다.”

정현목 기자

★ 5개 만점, ☆는 ★의 반 개

★★★☆(최광희 영화평론가):장애에 도전한 한 천재의 인간적인 사랑이야기. 순애보를 기대하고 본다면 실망할 듯. 우주보다 미스터리한 사랑의 물리학을 풀어헤친다.

★★★☆(한동원 영화평론가):‘스티븐 호킹의 사생활’이라는 제목이 붙었어야 할 이 영화의 매력은 그런 제목이 어울리지 않는 우아함과 부드러움을 지녔다는 것.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