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립무용단 서울공연을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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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부산시립무용단이 『보리피리』로 서울에서 의욕적인 공연을 가졌다(중앙일보주최·16일·국립극장). 모든 문화행사가 지나치게 중앙집중현상을 보이고 있으면서도 서울에서조차 제대로 예술이 꽃필 수 없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더군다나 지방의 예술이 발전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지니고있다.
그런데도 부산시립무용단이 이만한 의욕적인 작품을 들고나왔다는 것은 치하할만한 일이다. 더군다나 부산시립무용단은 제1회 대한민국무용제에 출품했던 작품이 너무나 치졸한 것이어서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켰는데 그후 4년만에 이만큼 탈바꿈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우선 소재가 참신하다.
다만 『보리피리』가 신파조의 각설로 시작했다는것은 아직도 이 무용단의 문제성을 말해주고 있지만, 구태의연한 이른바 관광무의 울굿불굿한 의상을 버리고 우리의 일상생활감정에 보다더 접근한 의상으로 우리의 민속적인 소재를 작품속에 융화시키려고 했다는 것은 이무용만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있다는 것을 엿보게 했다.
다만 제2부의 『사랑아』는 소재도 진부한 것일뿐만 아니라 김영동의 음악도 좋지않았다. 음악가가 자신의 작품을 여러가지로 변형시켜 이곳저곳에 공급한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흔히 있었던 일이다.
그러나 자신의 재고품중에서 아무거나 뽑아 적당히 일그러뜨려 던져준듯한 인상을 주어 많은 무용단에서 제한된 작곡가에게 음악을 의존하고 있다는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실감케 했다. 이순열(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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