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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官巨腐·裸官 … 유행어 낳은 중국 부패 척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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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올해 중국 사회를 뒤흔든 부패 척결이 8개 유행어를 낳았다고 신화통신이 2일 보도했다.

 첫째, 직위를 불문하고 부패 공무원을 모두 잡겠다는 의미의 ‘호랑이와 파리 잡기(打虎拍蠅)’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2013년 1월 당 기율위 전체회의에서 꺼낸 이 말은 올해 부패 척결의 상징어가 됐다. 11월 말 현재 당 기율 위반자는 모두 8만4000여 명으로 전년 대비 30% 늘었다. 이중 성의 부장급 인사만 40여 명이 포함됐다.

 둘째, 부패 공직자들에게 염라대왕으로 통하는 ‘순시 강화(巡視昇級)’다. 암행 감찰반인 순시조는 올해 20개 성과 시, 6개 국가 기관에서 활동했다. 순시조는 쑤룽(蘇榮) 전 정협 부주석이라는 ‘호랑이’를 낙마시키는 실적도 올렸다.

 셋째, ‘부패사슬(<584C>方式腐敗)’이다. 부패가 칡넝쿨처럼 엉켜있어 부패 관리를 잡으면 그들과 연계된 기업 등 부패 덩어리가 함께 적발된 경우가 많았다.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조사 과정에서 석유 업계와 쓰촨(四川)성 정계와 기업인 수십 명이 낙마한 게 대표적인 예다.

 넷째, 직급은 낮지만 부패 규모가 엄청나다는 의미의 ‘소관거부(小官巨腐)’다. 지난달 허베이(河北)성 기율감찰기관은 친황다오(秦皇島)시 베이다이허(北戴河)구의 수도물공급총공사 마차오췬(馬超群) 총경리 집에서 황금 37㎏, 현금 1억2000만 위안(약 214억원), 68채의 부동산 서류를 압수했다. 중국인들은 그에게 ‘호랑이파리(虎蠅)’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이밖에 가족과 친지를 해외로 도피시킨 부패 관리를 의미하는 ‘나관(裸官)’, 해외 도피 부패 관리를 잡는 ‘여우사냥(獵狐)’, 법과 제도를 활용한 부패를 막기 위해 행정 절차를 투명화하는 ‘권력명세서(權力淸單)’, 법에 의한 반부패를 뜻하는 ‘의법반부(依法反腐)’도 유행했다.

 하지만 국제투명성기구(TI)가 3일 발표한 올해 부패인식지수(CPI) 순위에서 중국은 지난해보다 20계단 떨어진 100위를 기록했다. 룩샤나 나나야카라 TI 아·태지역 담당자는 “중국의 부패와의 전쟁은 공직자만 기소하는 하향식이지만 다른 나라는 전체적인 관점에서 반부패 정책을 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TI의 발표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결여됐다”고 불만을 표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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