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훈 박사의 건강 비타민] 암 발견 초점 맞춘 건강검진 …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은 놓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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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중견기업 부장 이모(49·경기도 성남시)씨는 2년 전쯤 헬스클럽 러닝머신을 타다 쓰러졌다. 급성 심근경색증이었다.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 이씨의 동료는 “건강검진을 꼬박꼬박 받았고 다른 사람보다 건강관리를 잘했는데 안타깝다”고 했다. 성모(57·서울 강서구)씨는 고혈압·당뇨병이 있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 다른 데는 별 이상이 없다. 고혈압 때문에 병원을 찾았더니 심장내과 의사가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이니 심장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하는 게 좋겠다”는 말을 했다. 검사에서 심장 혈관(관상동맥)이 좁아진 사실을 발견했고 스텐트(혈관을 확장하는 그물망) 삽입 시술을 받았다.

 매년 건강검진을 받았던 두 사람의 운명을 가른 것은 무엇일까. 건강검진에서 관상동맥이 막힌 것을 찾아내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 모두 심한 가슴 통증 같은 심근경색의 전조 증상도 전혀 없었다. 운명을 가른 것은 심장 CT였다. 건강검진 프로그램은 암 조기 발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암이 한국인 사망률 1위이기 때문이다. 반면 사망률 2, 3위인 뇌혈관 질환과 심혈관 질환을 잡는 그물은 성긴 편이다.

 일반적으로 건강검진에는 심혈관·뇌혈관 질환 관련 검사가 거의 들어 있지 않다. 심전도 검사가 있지만 심혈관 질환을 정확히 잡아내지 못한다. 심장 초음파를 별도로 받지만 이 역시 마찬가지다. 정확한 방법은 운동부하 검사다. 조종사 마스크처럼 생긴 장비를 장착하고 러닝머신에서 뛰면서 심전도를 측정한다. 일반 심전도 검사보다 훨씬 정확하다.

 세브란스 심혈관 병원 웰니스센터에서 9~11월 운동부하 검사를 받은 2712명을 분석했더니 163명(6%)이 심혈관 질환 진단을 받았다. 112명(68.7%)은 약물치료를, 31명(19%)은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나머지는 운동·식이요법 처방이나 수술을 받았다. 98명은 평소 가슴 통증을 느낀 적이 없었다. 운동부하 검사는 대부분의 건강검진에 들어 있지 않다. 건강보험이 안 돼 28만~48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종전의 CT는 심장처럼 움직이는 장기를 찍기가 힘들었다. 최근 나온 CT는 움직이는 심혈관을 정확히 촬영할 수 있다. 관상동맥 내벽에 칼슘이 어느 정도 들러붙어 있는지를 파악해 동맥경화 위험을 정확히 알 수 있다. 최근에는 관상동맥의 협착 정도까지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칼슘이 들러붙은 정도는 0~2000 점으로 구분한다. 100점 이상이면 정밀검사를 한다. 세브란스 건강증진센터 ‘체크업’에서 지난해 1~4월 25~88세 무증상 성인 427명을 대상으로 심장 CT를 촬영했더니 33명(8%)이 100점 이상, 400점 이상이 12명(3%)이었다. CT는 정확도는 높지만 방사선 노출, 조영제 과민반응 등 부작용이 있고 비용이 40만원이나 되는 점을 감안해 선택해야 한다.

 심혈관 질환 검사는 언제부터 하는 게 좋은지 정해진 것은 없다. 대개 40대 중·후반에 하되 운동부하 검사는 매년, CT는 3~4년 간격으로 하는 게 좋다. 고령이거나,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이 있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비만이거나, 가족이 심혈관 질환을 앓은 경우는 고위험군이다. 단지 건강검진을 했다고 방심하지 말고 나에게 가장 적합한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최동훈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최동훈 교수=연세대 의대 졸업.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병원 진료부장.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의약품 심사자문단.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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