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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의 계열화육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중소기업의 고유영역을 정책적으로 확보해주자는 노력은 시장 경제의 본래 암??생에 비추어 보면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오랜 기간동안 그것이 중요한 정책과제가 되고 있다. 그 까닭은 두말할 필요 없이 정부가 경제개발을 주도하는 가운데서 빚어진 산업의 불균형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육성이 해마다 정부의 역점시책의 하나로 내세워지면서도 오늘까지 중소기업의 기반은 두텁게 다져져 있지 않다. 고용과 부가가치 생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도 언제나 낙후되고 불황에 약하며 금융혜택에서 맨 먼저 제외되는 것이 중소기업이다. 이런 현황은 비단 정부 보호지원의 부족만 탓할 수 없는 측면도 적지 않으나 역시 크게는 그 동안의 누적된 산업 불균형 탓이라 하겠다.
그것을 바로 잡으려면 장기간의 산업구조재편과 현실에 맞는 계열화, 규모와 기술, 효율에 적합한 산업배치가 조화 있게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주로 정부의 정책이 맡아해야 할 부분이다. 이점에서 보면 그 동안의 노력은 충분치 못했다.
조화 있는 산업배치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시장의 독과점화와 기술, 자본력의 편중현상이다.
효율과 투자수익률에서 독과점의 이점을 조장해주는 것은 자유 시장의 속성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 건 그 폐해를 경험한 뒤로는 독점금지법 등으로 제동하는 장치를 구비하고있다.
우리도 80년대부터 공정거래법을 만들어 이제 그 초기단계에 들어서 있어 시장력의 균형이 언젠가는 정착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아직도 일천한 탓인지 뿌리깊은 산업 불균형과 시장지배력의 편중에 확고하게 대처하는데는 역부급이다.
정부가 내년부터 중소기업의 고유형 업종을 선정, 이 분야에 대한 대기업의 분별없는 침식을 저지하겠다고 밝힌 것은 오늘의 현실에서 필요한 시책이라 하겠다.
현재도 23개업종이 중소기업 특화업종으로 지정되어 시장을 보호받고 있으나 이는 3천여 제조업종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 계획은 이를 확대 선정하여 시한을 두지 않고 종합적으로 계속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시책의 핵심부분도 역시 고유형 업종의 선정문제이다. 단순히 시장 자본규모나 매출액, 종업원 등의 기준으로 분류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산업전체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경직화될 우려가 높아진다. 따라서 그 기준은 기술수준과 대 내외경쟁력, 성장전망, 대기업과의 계열화 가능성 등 다양하고 동태적인 변수의 고려를 포함해야 한다. 행정의 편의나 독단이 개입되어서는 오히려 장기적인 산업경쟁력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음을 특히 지적하고 싶다.
급변하는 시장추세에서 중소기업에 적합한 고유업종을 선정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나, 가장 우선 되어야할 기준은 역시 기술축적에 유리한 계열화 가능성에 두어야할 것이다. 산업의 연관효과가 높아야 기술전파와 이전이 용이해지고 경제의 탄력성이 높아짐은 서독, 일본의 경험에서 읽을 수 있다.
일단 중점육성업종이 선정되면 남은 문제는 조세상 보호와 자금지원문제다.
이 문제는 상공부만의 의욕으로 될 일이 아니다. 관계기관과의 충분한 협의조정이 필요하다. 모처럼 보여준 의욕이 말의 성찬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비단 중소기업뿐만 아님을 염두에 두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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