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의보일원화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국회 보사위를 사흘째 공전시키고 5공화국들어 처음 장관사퇴권고결의까지 거론된 의료보험 일원화 시비가 여야간의 접촉으로 어쩌면 돌파구를 찾을것같다.
의보일원화-왜 이렇게 시끄럽게 됐고 수습전망은 어떤지 그 전말을 알아본다. 의보일원화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처럼 시비거리로 된것은 정부의 책임이라고 할수있다.
「신중한 검토」를 요하는 문제를 성급하게 미리 약속을 하고 이를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사부는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의료보험법과 공무원및 사립학교 교직원의료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사키면서 부대결의로 이번 정기국회때까지 의보일원화법안을 제출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보사부는 이번 국회에서 그 약속을 어겼고, 이 바람에 보사위가 발끈, 보사부현황보고를 거부하는등 사흘째 공전을 거듭하기도했다.
그러던중 민정당측이 20일 타협안을 제시, 일단 수습의 실마리는 찾을것 같다.
최영철보사위원장이 ▲정부가 전국민의 의보종합방안시안을 연말까지 국회에 제출하고 ▲보사위가 내년4월까지 일원화법안을 성안하며 ▲김정례보사장관이 약속불이행에 대한 공식사과를 한다는 타협안을 제시하자 임종기민한당총무는 법안제출시기가 연내로 돼야한다고 하면서도 심의는 미룰수 있다는 탄력성있는 태도를 보였다.
민한당측이 『만장일치결의를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정부의 버르장머리를 뜯어고쳐 국회가 스스로의 모양을 갖추어야할것』(임총무의말)이라는 의지의 강도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앞으로 이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달려있다고 하겠다.
민한당측은 당초 법안제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김정례보사장관에 대한 사퇴권고결의안까지 내겠다던 자세를 누그러뜨려 정부·여당측이 제시한 타협안내용을 다시 위약하지 않겠다는 보장만 신빙성있게 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태도(이정빈간사의 말)를 보이고 있다.
그런 배경에는 일원화의 문제제기과정과 일원화실현방안에 대한 접근방식이 정부와 여당,그리고 야당간에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점등에서 비롯되는것같다.
의보일원화는 그 필요성을 명분과 실리 두가지 측면에서 찾을수 있다. 명분면에서는 사회보험이 「능력에 따라 내고 필요에 따라 받는 강제적 소득재분배」라는 점이다. 이점에서 「능력에 따라 내고 낸만큼 받는」 현재의 조합주의는 될수록 빨리 시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리면에서는 ▲소규모 재정을 통합, 대형화해 위험분산기능을 높이고 ▲중복된 진료비심사·지불업무의 일원화를 통한 불필요한 낭비를 막는 한편 ▲과다지출되는 관리비를 절감할수 있다는 점등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은 법률체계상으론 둘, 실제론 셋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의료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제1종 사업장근로자(현재1백인이상 강제, 5인이상임의) ▲제2종 지역주민및 자영자(6개시·군 시범사업, 7개 임의지역조합, 4개직종조합)와 ▲공무원및 「사립학교 교직원 의료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공무원·사립학교교직원 의료보험이 그것.
1종과 2종은 의료보험조합연합회(회장 김학묵), 공무원·교원은 의료보험관리공단(이사장 나?단)이 중추기능을 맡고있다.
보사부가 통합약속을 해놓고도 지킬수없는 사정은 현실적으로 이 3개조합의 운영방식과 재정상태에 큰격차가 있기 때문이다.
1백45개조합으로 나뉘어 조합주의로 운영되고 있는 1종조합은 평균3·1% 보험요율로 5년동안 1천1백84억원을 적립해두고 여유있게 잘 운영되고었다. 그러나 강제조합방식의 2종지역조합은 6개시범사업지역에서 보험료징수율이 60%미만으로 1개시·군에 연간1억원꼴의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또 공영체방식으로 운영되고있는 공무원·교원공단은 초기3·5% 보험요율로 적자위험을 보이자 요율을 5%로 높여 3년동안에 2백3억원을 적립해놓고 있다.
보사부는 이런 상태에서 보험을 통합, 공영제로 하면 1종조합의 흑자를 가능케한 조합주의정신이 사라져 잘되고 있는 1종조합마저 2종이나 공무원·교원조합처럼 재정이 흔들릴 것으로 우려하고있다.
1종조합이 적립해놓은 1천여억원의 적립금이라는것도 금새 나가버려 적자가 될것이라는 우려다. 그렇게될 경우 현재의 조합주의재정운영에선 적자조합은 그만큼 보험요율을 더 올려 자체적으로 해결하면 되나 의보일원화후엔 모든 조합원의 보험요율을 일률적으로 올리든가 정부가 재정부담을 안아야만한다. 그러나 보험요율을 올릴경우 현재 l종조합가입자들의 불만이 커질수밖에 없다.
또 정부가 「복지사회건설」을 지표로 내세우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의 재정형편으로 의료보험에 많은 재원을 투입할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보사부는 이에따라 차라리 국회에서 매를 한번 맞더라도 ▲보험재정의 장기적인 수요추계와 조달방안확보 ▲2종보험의 보다 면밀한 문제점검토 ▲의료자원의 적정배치·의약분업등 의약제도의 기본방향설정 ▲법만 제정된채 실시되지 않고있는 국민복지연금등 기타 사회보장제도까지 포괄관리할수 있는 관리운영조직개발등 선결과제를 신중히 검토 연구한뒤 일원화의 시기와 구체적방법을 확정하겠다고 종아리를 걷고 나선것이다.
우여곡절끝에 민정당은 결국 정부를 뒷받침하기로 당론을 모았지만 의원들은 개별적으로 모두가 불만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왜냐하면 야당측의 주장도 정부와 여당과 마찬가지로 일원화를 단계적으로 이룩하자는 접근방식이어서 반대할 명분도 없으려니와 자기들의 체면도 적잖게 손상됐기 때문이다.
또 최영철위원장의 말처럼 정부가 최종 순간까지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는 인상을 줘 여당의원들을 「오판」케해서 자신들의 입장을 난처하게 했다는 불만이다. <문병호·이수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