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상가 관련법만 '전국구'…"지역 특성 고려해야"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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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세계 어느 나라나 사정은 비슷하겠지만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지역별 특징이나 차이가 크다. 인구 밀도가 다르고, 같은 상품도 가격이 천차만별로 다르다. 저마다 독특한 사투리가 있는 것처럼 부동산 시장 분위기도 확 차이가 난다.

그래서 관련법이 상당히 복잡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역별 특성을 반영해야 해당 법이 시장에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의 경우 크게 서울·수도권, 지방으로 시작해서 같은 시라도 구별로 규제가 다르다.

지금은 해제됐지만 같은 서울이라도 집값도 비싸고 상승률도 컸던 강남·서초·송파구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더 강한 제제가 있었다.

같은 행정구역에 속해도 개발자에 따라서 규제는 또 달라진다. 경기도만 해도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으로 나뉘어 지을 수 있는 주택 형태나 층수 등이 다르다.

행정구역별로도 달라

여기에 같은 시라고 해도 공공이 조성하는 공공택지인지, 민간택지인지에 따라 전매제한 기간 등이 다르다. 공공택지라고 같은 법이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에 따라 택지별로 규제 내용이 다르다.

그런데 유독 상가 관련법은 ‘전국구’다. 전국에 똑같은 내용의 법이 적용된다. 오히려 주택보다 상가시장이 지역별 특징이나 차이가 더 큰 데 말이다.

같은 강남구라도 중심 상권인 강남역상권과 그 뒷골목 상권은 상권 특성이나 임대료 수준, 입점 업종, 개별 점포의 인테리어까지 확 다르다. 불과 50m 남짓 떨어져 있어도 임대료가 3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주택보다 입지에 따른 특성이 크게 다르지만 법은 항상 일괄 적용이다. 유일하게 지역별 특성을 둔 것이 상가임대차보호법 적용 기준인 환산보증금이다. 서울은 4억원 이하,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은 3억원 이하, 광역시 등 2억4000만원 이하, 나머지 지역 1억8000만원 이하로 크게 나눴다.

그나마 이런 구분도 같은 동 내에서도 몇 미터 차이로 임대료 등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고려하면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정부가 9월 24일 발표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기존 임차인이 가게를 넘길 때 주인이 아닌 임차인이 새 임차인을 정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임차인이 권리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주인 입장에서는 원하지 않는 사람과 임대계약을 맺을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생긴다. 물 밑에서 보호장치 없이 관행적으로 거래하던 권리금을 양성화하겠다는 파격적인 내용이다. 그런데 역시 전국 일괄 적용이다.

사실 임대료보다 입지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이 권리금이다. 지하철 한 정거장 차이인 이대입구역 상권(1억8000만원)과 신촌역상권(2억8400만원) 평균 권리금은 1억원 차이 난다. 물론 같은 상권 안에 나란히 붙어 있는 점포라도 이른바 ‘장사가 잘 되는지’에 따라 권리금은 또 다르다.

정부가 파격적인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이런 저런 말이 많다. 많은 내용이 담겨있지만 가장 큰 논란은 권리금 보호 방식이다. 임차인이 권리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호하기 위해 상가 주인의 권한에 족쇄를 채우니 부작용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 부작용이라는 것도 지역마다, 상권마다 다르다. 한달만 월세만 수천만원인 비싼 점포가 몰려 있는 지역과 월세 100만원 수준인 점포가 몰려 있는 지역의 반응이 같을 수는 없다.

일부 지역에서는 벌써 주인들이 법 개정 전에 임대료를 올리거나 임차인에게 불리한 계약서를 강요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재계약을 미루거나 직접 권리금을 챙기고 나서기도 한다.

조속한 개정안 시행도 중요하지만 현실 파악이 더 중요해보인다.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가속화하면서 국내 자영업자 수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결국 누군가의 상가에 세를 들어 노후를 꾸려야 한다. 상가시장도 주택시장 만큼이나 정부가 공을 들여야 할 분야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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