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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과학 칼럼

로봇산업과 국민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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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 세계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요즘 로봇에 관해서도 거의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나라마다 로봇에 대한 상황은 매우 다르다. 이는 단순히 로봇업체의 사업 특성이나 국가정책 차원을 넘어 국민적인 취향이나 국민성에도 연관되는 것 같다.

로봇은 크게 일본과 미국 그리고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이 주도하고 있다. 먼저 일본은 전 세계 산업용 로봇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로봇대국으로 온 국민의 관심과 성원 속에 로봇들이 개발되고 있다. 일본 로봇은 한마디로 다양하다. 일본에서의 로봇은 독일의 자동차나 한국의 휴대전화처럼 국민적 관심사라고 볼 수 있다.

일본 특성을 잘 알 수 있는 예로 자동차 회사 혼다에서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를 들 수 있다. 구체적인 활용분야나 수익성도 없는데 국민적인 관심에 힘입어 계속 발전하고 있다. 일본인의 기술에 대한 관심과 새로운 것에 대해 호기심을 보이는 국민성과 연관됐다는 생각이다.

이에 반해 미국과 유럽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우선 미국은 로봇에 대해 과다한 호기심 없이 필요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정부는 국방에 필요한 전투 및 경비 로봇, 그리고 우주탐사용 우주 로봇을, 회사는 청소 로봇이나 장난감 로봇을 만들고 있다. 모두 객관적 분석을 거친 성공적인 사업들이다. 유럽은 보수적인 시각이 있으며 로봇에 대한 핑크빛 비전이나 꿈과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분위기로 각국의 로봇에 대한 관점 차이도 크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주로 일본에서 나오는 얘기이지 미국이나 특히 유럽에서는 큰 관심사가 아니며 오히려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필자는 '아시모'에 대해 유럽 로봇회사 책임자에게 물어보니 "혼다는 구체적인 로봇활용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오히려 회사 이미지를 높여 주가 상승에 관심이 있을 것"이라는 대답이었다. 현재 시점에서 보면 '아시모' 개발을 통해 관련 로봇 시장에 시너지 효과를 보이고는 있으나 아직까지도 그 사람의 대답은 맞다.

이러다 보니 재미있는 일도 생긴다. 우리나라에서 첨단 지능형 로봇이나 휴머노이드 로봇의 개발계획서를 만들 때면 시장규모에 대한 예상 통계자료는 일본 데이터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그러한 핑크빛 정보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추측 데이터이므로 맞거나 틀린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사용할 때는 신뢰성 관점에서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우리나라는 로봇에 대한 국민적 열기나 관심은 일본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본과 한국은 차이가 크다. 급속한 경제성장 시절 생산성 향상을 위해 많은 산업용 로봇을 사용했지만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했지 우리 자체적으로 로봇 핵심기술이나 핵심부품을 개발할 의지는 부족했다. 그래서 로봇을 사용할수록 핵심부품의 수입은 늘고 수익성도 없었다. 세계 4, 5위의 산업용 로봇 사용국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로봇시장에서 우리의 비중이 취약한 이유다.

즉 일본은 국민적인 관심사로 로봇산업이 발전하면서 동시에 국가 수익도 높이는 데 반해 우리는 관심은 높은데 수익 기반은 취약하다. 예를 들면, 일본은 정밀모터나 동력전달 장치 같은 로봇 핵심부품의 강국으로 로봇산업이 커질수록 돈을 벌고 있으며, 미국 아이로봇사의 경우 임금이 싼 중국에서 청소 로봇을 생산토록 하고 심지어 중국인들이 싸게 모방하더라도 로봇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있어서 걱정을 안 한다.

우리도 로봇 핵심부품이나 핵심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하지 않고선 다시 커지고 있는 지능형 로봇산업에서 외화내빈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종오 전남대 기계시스템 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