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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차고 웃음보 찌르고 유럽을 사로잡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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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 에든버러 어셈블리 극장에서 공연 중인 비언어극 ‘점프’는 태권도· 가라테 등 각종 무술과 고난도의 점프가 극의 중심을 이룬다.

▶ 극장이 몰려있는 에든버러의 하이스트리트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예술인들이 자신 만의 공연을 선보인다.

영국 런던에서 북쪽으로 600km 떨어진 1300년의 고도(古都) 에든버러. 인구 50만 명의 소박한 도시는 해마다 8월이면 100만 명의 인파로 북적인다. 연극.무용.음악 등 수천 편의 공연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사람들은 작품을 고르느라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프랑스의 아비뇽,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와 함께 세계 3대 공연예술제 로 꼽히는 에든버러 축제 때문이다.

***에든버러 프린지 축제 '점프'등 한국 참가작 호평

축제는 공식 초청작과 프린지(fringe.변방 혹은 비주류)로 나뉜다. 1947년 축제가 시작된 후 공식 초청을 받지 못한 작품들이 너도나도 이곳으로 몰려들면서 프린지는 이제 에든버러 축제의 중심축이 됐다. 올 프린지에는 코리아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에서 참가한 '점프'가 호평을 받는 덕분이다.

◆ 문화상품의 거대한 힘

에든버러가 프린지 축제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한해 7500만 파운드(약 1500억 원). 관광객 유입, 고용 창출, 극장 활황 등 부가가치가 뛰어난 문화상품이다. 프린지는 1500여 명의 공연 관계자들이 참가하는 대형 '아트 마켓'으로도 유명하다. 여기서 검증된 작품들은 이들에 의해 곧바로 런던이나 뉴욕에 진출한다. '미스터 빈''델라구아다' '제리 스프링어-디 오페라' 등은 프린지에서 탄생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다.

프린지 축제 폴 거진(40) 위원장은 "해마다 수백 편씩 작품 수가 늘어나면서 선택의 폭이 더 넓어졌다. 티켓 가격도 평균 8.5 파운드(약 1만5000 원)로 유지해 관객들이 하루에 4~5개의 작품을 부담 없이 즐기도록 한 것도 성공의 바탕"이라고 설명했다.

축제의 총 예산은 150만 파운드(약 30억 원). 이 중 시 지원은 2~3%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공연 입장료, 참가비, 스폰서 등으로 충당한다.

◆테러 공포도 못 비켜간 프린지

"공연을 중단하겠으니 모두 나가주십시오." 지난 8일 오후 8시 어셈블리 극장의'점프' 공연 도중 소동이 일어났다. 화장실에서 검은색 가방이 발견되자 테러 위협을 느낀 극장 측이 관객 대피 명령을 내린 것이다. 이후에 계획됐던 두 공연이 모두 취소됐다.

에든버러 축제도 테러 공포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수십만의 인파가 몰려드는 에든버러 축제의 명물 '군악대 쇼'는 출입구 200m 전방부터 수십 명의 경찰이 관객의 짐을 일일이 열어보며 검색했다.

극장가의 인기작은 스탠딩 코미디. 영국의 유명 코미디언이 출연하는 시트콤 쇼 '이상한 커플(odd couple)' 등 각종 스탠딩 쇼는 매회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실험성 강한 젊은 예술의 장이 돼야 할 프린지에 유명 코미디언의 출연과 관객 싹쓸이를 달갑잖게 보는 시선도 많다.

◆세계 무대로 비상하는'점프'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여한 한국의 '점프'가 관객들로부터 "환상적(fantastic)"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선전하고 있다. 5일부터 27일까지 어셈블리 극장에서 공연 중인 '점프'는 무술 109단의 가족이 힘을 합쳐 도둑을 물리친다는 비언어극. 주최 측으로부터 극장 무료 대관, 프라임 타임대인 오후 7시30분 배정 등 특별대접을 받았다.

17일 오후 7시30분 740석의 극장에 관객이 꽉 찬 가운데 공연이 시작됐다. 태권도.가라테.기계체조 등 신체를 활용한 각종 행위에 관객들은 연이어 탄성을 질렀다. 슬로 모션으로 도둑을 물리치고, 술 취한 삼촌이 취권을 선보이는 장면에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공연 전문 리뷰지인 페스트(FEST)는 "수초 간격으로 웃기는 놀라운 매력을 갖고 있다"며 "(무술이 주가 되지만) 피 흘리지 않는 깔끔한 가족 쇼"라며 별 다섯 개 만점을 줬다.'선데이 타임스'도 "장관을 이루는 곡예 순간순간 웃음이 묻어난다"는 좋은 공연평을 실었다.'점프'는 평균 객석 점유율이 70%로 17일 현재 프린지 공연 판매율 4위를 기록하고 있다.

뉴욕이나 런던 공연계에서 요즘 타악은 지고, 무술을 접목한 마셜 아츠가 뜨고 있다. '점프' 또한 브로드웨이를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최철기 예술감독은 "프린지를 거쳐 유럽 시장에 진출해 관객 반응을 보겠다. 서양인의 코드에 맞게 작품을 수정한 뒤 내후년께 브로드웨이 입성을 계획하고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에든버러(영국)=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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