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적' 정흥채 "산에서 겸손 배웠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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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임꺽정’ 정흥채씨는 산을 단숨에 오를 것 같지만 천천히 여유를 즐기는 편이다. [사진 정흥채]

배우 정흥채(50)씨에게 산은 삶의 일부다. 1997년 드라마 ‘임꺽정’을 통해 이름이 알려진 정씨는 드라마에서 의로운 산적(山賊) 임꺽정 역을 연기했다. 2002년엔 월드컵 성공개최 기원 에베레스트 등반대의 일원으로 네팔까지 다녀왔다.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 때면 산에 올라 몸과 마음을 단련한다. 산을 좋아하는 연예인으로 손꼽히는 그는 지난해부터 국민생활체육 전국등산연합회 홍보이사를 맡고 있다.

 정씨는 월출산이 병풍처럼 펼쳐진 전라남도 영암에서 태어나 자랐다. 월출산은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산세가 금강산과 비슷하다 하여 ‘남한의 금강산’이라 불린다. 산세가 험준해 인명 사고도 자주 발생한다. 정씨는 “어린 시절 험한 월출산을 오르면서 겸손을 배웠다”고 했다. 그의 풍채는 영락없는 산사나이 임꺽정이다. 하지만 그는 “늘 자신을 낮추고 안전하게 산에 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등산은 정신적, 육체적 한계에 대한 접근이며, 미지의 정상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이다.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꾸준한 등반 기술의 단련도 필요하다. 이 때문에 등산을 단순한 레저 활동이 아닌 익스트림 스포츠의 일종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졌다. 정씨는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등산에서도 기본기가 중요하다. 방심은 금물”이라고 말한다. 정씨는 뒷산을 오를 때도 등산복과 배낭을 반드시 챙긴다. 그의 배낭 안에는 물·밴드·아스피린·핫팩·여분의 옷가지 등이 있다. 장시간 산행을 할 때는 물집이 잡힐 위험이 높기 때문에 발가락 양말을 착용하는 등 세세한 것까지 신경을 쓴다.

 한국갤럽의 2010년 조사에 따르면 한 달에 한 번 이상 등산을 하는 인구가 1800만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국민의 절반 가량이 등산을 생활화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좀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산길에 계단을 설치하기도 한다. 정씨는 “계단은 무릎·발목 관절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건강을 위해 산에 오르지만,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경쟁하듯 뛰어 올라가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등산은 휴식과 걷기를 반복하며 정상적인 몸상태를 끊임없이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만의 호흡 조절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민생활체육참여실태조사에서 등산은 걷기에 이어 두 번째(22.6%)로 많이 즐기는 생활체육으로 꼽혔다. 국민생활체육회는 국민들이 안전하고 올바른 방법으로 등산을 즐길 수 있도록 트레킹 학교를 운영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전국등산연합회도 1년에 500회 이상의 등산대회를 개최하면서 등산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정씨는 “에베레스트 등반 도중 사람을 만나면 두 손을 모으고 ‘나마스떼’라고 인사한다. 당신의 영혼이 발전하길 빈다는 뜻”이라며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밝은 얼굴로 ‘안녕하세요’라고 외쳐보자. 듣는 사람의 기분도 덩달아 좋아질 것이다. 기분이 좋아야 산도 안전하게 잘 탈 수 있다”고 했다.

김원 기자

◆스마일 100=‘스포츠를 마음껏 일상적으로 100세까지 즐기자’는 캠페인. 중앙일보와 국민생활체육회가 진행하는 생활 밀착형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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