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전·현직 정통장관 위증 고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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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위에서 보고를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뉴시스]

17일 국회 과기정통위에 출석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야당 의원들에게 난타당했다. 휴대전화 도청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계속 고집하던 정통부가 전날 비로소 "휴대전화에 대한 도.감청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인정한 것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국회에서 휴대전화 도청 가능성을 부인해 온 전.현직 정통부 장관들을 위증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게다가 진 장관이 국회 출석 하루 전 갑자기 기자간담회를 열어 그 같은 사실을 발표한 것은 '국회 김빼기'라는 불만도 나왔다. 그래서 야당 의원들은 관례로 기획관리실장이 해오던 현안 보고를 장관이 직접 하라고 요구했을 정도로 회의 시작부터 각을 세웠다.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은 "2003년 국감에서 진 장관은 '휴대전화 도청은 복제 이외의 방법으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한 것은 명백한 거짓말 아니냐"고 몰아세웠다. 김 의원은 "1999년 당시 남궁석 정통부 장관은 '휴대전화 도청은 한국에서 불가능하다. 아주 소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고, 2000년 안병엽 정통부 장관도 '현재 기술로 휴대전화 감청은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며 "이는 모두 위증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서상기 의원은 "예전에 정부가 절대로 휴대전화 도청은 안 되니 안심하라고 대국민 광고까지 한 것에 대해 진 장관이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진 장관은 "16일 발표의 핵심은 휴대전화도 도청된다는 게 아니라 일반 국민은 도청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야당의 '위증'공세에 대해 "한 번도 위증하지 않았으며 거짓말한 적도 없다"며 강하게 버텼다.

열린우리당 염동연 의원도 "국정원이 휴대전화 도청을 했다는 사실을 모르면서 절대 도청은 안 된다고 장담한 것에 대해 결과적으로 사려깊지 못했다고 사과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진 장관은 "도청은 국정원이 한 것이고 정통부는 상관도 없는데 내가 뭘 사과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굽히지 않았다.

그는 심지어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사람은 제가 아니라 여기서 말씀하시는 분들이다. 국정원이 감청장비 20대를 갖고 감청했으면 몇 명이나 했겠느냐. 기껏해야 1000명 이내다. 나머지 3750만 명의 일반 CDMA 가입자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자 야당 의원들이 "기껏 1000명이란 말이 장관이 할 소리냐"고 거세게 항의, 진 장관은 "용어를 잘못 말했다. 발언을 취소한다"고 물러섰다.

한편 정통부가 열린우리당 서혜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올해까지 정통부의 국정원 업무 관련 예산은 46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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