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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재계 "정상회담 환경 조성에 앞장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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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일 재계회의’가 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렸다. 7년 만에 열린 이번 회의에서 양국 경제단체장은 경제협력을 골자로 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앞줄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일본 게이단렌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이와사 히로미치 미쓰이부동산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經團連) 회장 등 일본 재계 대표단을 만났다. 박 대통령이 일본 재계를 대표하는 게이단렌 회장단을 접견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노무현 정부 이후 일본군 위안부와 독도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일본 재계의 청와대 방문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번 면담은 “한·일 관계를 재계가 앞장서 풀겠다”는 취지로 게이단렌이 방문 요청을 하면서 이뤄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접견에서 “내년은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라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갈라 만찬에서도 아베 신조 총리와 논의한 바 있듯이 양국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서는 과거 상처 치유를 위한 일 측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하려면 과거와 같이 정상회담 개최 후 오히려 한·일 관계가 후퇴했던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사전에 충분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일본 정부가 국장급 협의에서 진정성 있는 제안을 해주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과 게이단렌 회장단의 면담엔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와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동석했다.

 1박2일의 짧은 방한기간 동안 일본 재계는 빠르게 움직였다. 사카키바라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7년 만에 다시 열린 ‘한·일 재계회의’에 참석했다. 미쓰비시상사의 고지마 요리히코 회장과 도요타자동차의 우치야마다 다케시 회장, JX홀딩스의 기무라 야스시 회장, 노무라증권의 고가 노부유키 회장 등 일본 재계 인사들과 함께였다. 게이단렌 회장단은 사카키바라 회장을 포함해 총 19명으로 구성돼 있지만 이번 회의에 참석한 인원은 22명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회장단 외에도 일본 기업인들이 이번 회의에 참석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참석자들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전경련과 게이단렌은 이날 오전 열린 한·일 재계회의 직후 공동성명을 내놨다. “한·일 정상회담 조기 개최가 가능하도록 ‘환경 조성’에 재계가 앞장서겠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에너지와 관광서비스 산업, 금융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의 양국 간 협력방안도 논의됐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된 이번 회의에서는 한·일·중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아시아 경제통합을 비롯해 2020년까지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구축을 위해 양국이 긴밀히 협의할 것을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이번 한·일 재계회의 개최를 기반으로 두 재계 단체가 양국 간 해빙무드 조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를 위해 전경련과 게이단렌이 막후 지원에 나섰던 것처럼 7년 만에 다시 시작된 재계 교류가 경색된 한·일 관계를 풀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경련은 “이번 회의에서도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과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관광사업을 통해 두 나라의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는 계기를 만들자는 제안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사카키바라 회장단 일행은 이날 오후 5시에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나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한·일 재계회의엔 6개월째 장기 입원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회장들이 모두 불참했다.

신용호·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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