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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범죄 시효 배제' 논란] 국내 과거사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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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주화 운동과 국가의 위법 행위로 인한 정부 차원의 피해 보상은 이미 법률적 시효와 무관하게 이뤄지고 있다.

정부의 보상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식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특별법이 광주 시민의 항쟁을 민주화 운동으로 규정하고 피해 보상을 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 법에 따라 5042명에게 2296억원의 보상금이 지급됐다.

삼청교육대, 북파공작원 등 특수임무수행자의 피해에 대해서도 보상을 위한 특별법이 마련돼 현재 보상 작업이 진행 중이다. 4500명으로 추산되는 북파공작원에게는 1인당 최고 2억8000만원까지의 보상이 올해 말부터 시작된다. 제주 4.3사건, 거창 양민학살사건, 미군의 노근리 양민학살사건 등의 피해자에 대해서도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아직 보상보다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둘째는 민주화 운동 보상심의위원회에서 개인별로 신청을 받아 개별적으로 보상하는 것이다. 특별법이 특정 사건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과 달리 보상심의위는 특정 사건 전체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지만, 개인의 신청을 개별적으로 판단해 명예 회복 여부와 보상을 결정한다.

예컨대 사북사태의 경우 사건 자체를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관련자를 민주화 운동자로 인정하는 식이다. 지난해 말에는 이해찬 국무총리, 유인태 열린우리당 의원, 이철 철도공사사장, 유홍준 문화재청장 등 민청학련 사건 관련자 등 33명이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됐다. 이어 지난 1월에는 이재웅 한나라당 의원, 김효순 한겨레 편집국장 등 민청학련 사건 관련자 27명도 추가로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됐다.

위원회는 이에 앞서 2001년 11월 동일방직 해고 노동자 가운데 70여 명을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하는 등 1970~80년대 노동 운동 관련자에 대해서도 보상을 확대해 오고 있다. 이렇게 해서 2000년부터 현재까지 민주화 운동자로 인정받은 사람은 모두 7130명이다.

이 중 일부에 지급된 보상금이 현재까지 224억원이다. 2002년 49억5100만원, 2003년 57억5800만원, 2004년 54억8600만원이 주어졌고, 올 들어 61억7100만원으로 보상금이 크게 늘었다.

보상심의위는 심사 대상을 3선 개헌을 발의한 69년 8월 7일 이후 발생한 사건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최소한 4.19가 일어난 1960년 정도까지로 시한을 연장, 심사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국가권력의 중대한 범법 행위에 대해 공소시효를 배제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15일 발언으로 이 같은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보상과 명예 회복 기준을 둘러싼 논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민주화 운동 단체들이 보상심의위원회 앞에서 민주화 보상 대상의 선정 근거가 모호하다며 농성을 벌이는 등 보상 대상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2002년 4월에는 민주화 운동 보상심의위원회가 89년 부산 동의대방화 사건 관련자를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결정한 데 대해 경찰이 집단 반발한 일도 있었다.

정철근.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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