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논쟁과 대안:아시아나 파업 긴급조정권 논란

대안을 찾아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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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조종사 노조의 파업을 직권중재로 조정할 것인가, 아니면 긴급조정권으로 해결할 것인가? 이도 저도 안 되면 노사에 전적으로 맡겨 둘 것인가?

경영계는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해 파업이 일어나면 직권중재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반면 노조는 긴급조정 대상에서 제외시켜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간사업장이라는 점을 존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노사 양측의 주장은 모두 일면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아무래도 무게 중심은 노조의 주장에 실린다. 노사분규의 첫째 원칙은 자율적 타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의 파업에서 보듯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에는 어떤 경우든 중재가 필요하다. 이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민간인으로 구성되는 제3자를 조정인으로 선임해 노사가 타협점을 찾는 게 합리적이다. 문제는 제3자의 공정성을 들어 노사 양측이 조정인을 신뢰하지 않으면 이 또한 실효성이 없다. 그래서 정부가 이번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의 파업에 긴급조정권이란 칼을 빼든 것이다.

경영계는 더 나아가 이참에 직권중재 대상에 항공산업을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항공산업은 철도.전력.가스산업처럼 독점사업이 아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경쟁체제로 운영되는 데다 외국 항공사와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고 노조의 주장처럼 항공산업을 공익사업장에서 해제하는 것도 현재로선 무리라는 게 중론이다. 산업은 독점이 아닐지 몰라도 조종사의 인력독점 현상이 심해 한번 파업이 일어나면 장기화될 소지가 많고, 이에 따른 국민경제의 주름살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만약 노조 측의 주장처럼 공익사업장에서 제외되려면 인력독점 문제부터 해결돼야 한다. 그러려면 현재로선 외국인 조종사 채용 등 인력수급에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 문제에 대해 노조가 양보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금도 노조는 외국인 조종사의 채용 규모를 단체협상으로 묶어 놓고 있다.

그렇더라도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절차는 좀 더 다듬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긴급조정권 발동 전에 노사 당사자의 얘기를 충분히 듣는 한편 그 파장을 전문가 등으로부터 수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긴급조정권을 없앨 수 없다면 절차를 까다롭게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김기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