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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종이 솟아나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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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손순부부는 노모를 위해 아이를 땅에 파묻기로 했다. 취향산기슭에 구덩이를 팠다. 그리고 아이를 묻으려는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땅속에서 기이한 석종이 솟아 나온 것이다. 이를 길조로 여긴 손순은 아이를 업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석종을 대들보에 매달아놓고 두드리니 은은한 종소리가 대궐안까지 퍼졌다. 이런 경로를 통해 손순의 효심은 흥덕왕의 귀에까지 알려졌다. 왕은 『옛날 한나라의 곽거도 아들을 파묻을 때 하늘이 금술을 내렸다. 땅에서 석종이 솟았으니 이것은 천지의 귀감이다』라며 탄복햇다.
왕은 그에게 집 한채를 주고 해마다 미곡을 내려 온백성이 그의 효행을 본받도록 했다고 전한다.
손순은 부와 수등 2명의 아들을 낳았는데 이들 형제의 후대에 이르러 손씨는 『밀양』 『평해』 『학주』『청주』 등으로 분적된다. 밀양손씨의 뿌리를 드리운 인물은 손순의 손자이자 부의 아들인 당감. 그는 신라초에 공을 세워 응천군(밀양의 옛이름)에 봉해짐으로써 본관을 밀양이라했다.
우리나라의 손씨는 약35만명으로 인구순위는 24위. 이중 밀양손씨는 약60%를 차지한다.
그러나 『안동손씨를 제외한 모든 손씨는 각기 관향은 다르더라도 손순을 시조로 섬기는 한 할아버지의 자손』이라고 손병직씨(78·전국손씨화수회총본부회장)는 말한다.
전국손씨화수회는 손씨(밀양·평해·학주·청주)의 대동단결을 위해 조직된 중앙기구. 올들어 화수회가 벌이는 중요사업은 『시조 손순 유허(경북 월성군견곡면소견1이)성역화』사업. 약3억여원의 예산을 투입, 일천여평의 대지에 비각, 재실, 석종을 안치시킬 종각등을 건립할 계획이다.
밀양손씨는 신라∼고려∼조선을 통톨어 숱한 명현을 배출했다.
손긍훈은 「밀손」의 번성을 가져온 중흥시조. 그는 신라말 국운이 기울자 왕건을 도와 고려 건국에 공을 세운 인물로 광리군에 봉해졋다.
이밖에 충숙왕 때 여진족을 격파하고 벼슬이 숭위대부에까지 올랐던 손당, 고려말 수주목사를 지내다 이성계가 조선을 개국하자 이에 불복, 처형당한 손책 등은 고려 의 명신들이다.
조선초에서는 손기양, 손서륜, 손비장, 손홍위 등이 돋보인다. 손기양은 백가서에 통달한 당대의 석학이요, 광해의 폭정에 반기를 들었던 절신. 『배민록』 『철조록』 등의 저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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