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은 잘알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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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실버」=나는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판문점으로 달려갔어요. 거기서 받은 인상이 너무 강합니다. 휴전선에서 서울까지가 불과 40㎞밖에 안되는걸 보고 정말 놀랐어요.
전대통령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더욱 극적인 비유로 남북 대치의 현실을 설명합디다. 개성의 북한공군기지에서 전투기가 뜨면 서울까지 5분 걸리고, 우리가 앉아 있는 이자리(대통령집무실)가 적의 야포의 사정거리안에 들어있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이런 현실이 한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는걸 알았어요. 자유의 대가는 철저한 경계태세 뿐이라는걸 서울·휴전선간의 40㎞단거리가 계속 일깨워주고있는 겁니다.
그 다음으로 인상적인건 한국인들의 활력과 친절과 인간미입니다. 자연농원과 민속촌엘 갔더니 수천명의 가족들-부모와 어린이들이 와서 즐기고 있어요. 50년대까지는 미국도 그랬어요. 주중에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는 가족단위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미국에서는 사라진 그런 모습을 여기서 보고 반가왔읍니다.
삼성전자의 공장을 가 보고는 한국의 경제성장의 심장부를 본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생산시설과 연구시설의 수준은 세계적인 것이었고 아마도 생산성 또한 가장 높은 축에 들지않나 싶어요.
미국에서는 근로자들이 부지런히 일하는 습관을 잊고, 노조를 통해서 임금과 특별급여만 올라서 기업에 남는게 별로 없어요. 생산성은 떨어지고 작업에 싫증이 나니 일하는 보람이 있을 턱이 없지요.
지금 떠들썩한 경제불황의 원인도 이런 데 있어요.
- 판문점에 갔던 얘길 하셨는데 과연 「카터」의 미군철수계획이 현실을 외면한 실책이라는걸 실감하셨겠읍니다.
「실버」=그건 계획이라는 점잖은 이름으로 부를 가치도 없는 「생각」이었어요. 미군철수는 한국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나게 만드는 최선의 방법이라는걸 「카터」가 몰랐어요.
이땅에서 전쟁재발을 방지하고 있는건 한국군과 미군의 경계태세가 아닙니까.
「레이건」은 이런 사정을 잘 아는것 같아 다행입니다.
- 서양학자들은 남북이 대치하고있는 한국에서 안보와 자유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다시 말하면 보스턴이 아니고, 런던이 아니고 파리, 동경이 아닌 한국에서 누릴수 있는 자유의 정도를 곧잘 화제로 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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