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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국가범죄 시효 배제 특별법' 발언 파문] 정치권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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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은 15일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 범죄와 관련한 민.형사상 시효 배제'에 대해 "위헌적 발상"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이 '과거사 정리'를 명분으로 지지세력을 결집하고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이라고 의심했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헌법.법률체계를 소급해 무너뜨리고 하면 결국 부메랑이 돼서 국가사회가 어지러워진다"며 위헌성을 지적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노 대통령의 발언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대통령이 질서와 경제를 무너뜨리고 이제는 법도 무너뜨릴 셈이냐"고 말했다.

국회 법사위 한나라당 간사인 장윤석 의원은 "소급입법에 의한 형사처벌이 위헌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며 "'과거사 정리'라는 명분을 가지고 우리의 헌법체계와 헌법적 가치를 박탈하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국민이 소급입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국민이 이를 제기할 문제"라며 "헌법을 준수해야 할 대통령이 앞장서서 소급입법을 얘기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를 가진 발상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맹형규 정책위의장 역시 노 대통령 발언의 정치적 목적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을 하겠다고 얘기하지만 사실은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키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는 "국민 사이에 분열을 일으켜 궁극적으로 재집권으로 연결시키려는 의도"라면서 "당 차원에서 즉각 대응조치에 나서기보다 일단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현 부대변인은 "16%라는 '치사량'에 가까운 대통령의 지지도를 올려보겠다는 고육지책"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날 오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육영수 여사 추도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표 역시 "우리는 자꾸 과거로만 가는 것 같다"며 대통령 발언 내용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민주노동당은 "국가기관의 반인권 범죄 시효 배제를 환영하는 입장"이라는 논평을 냈다. 심상정 의원단 수석부대표는 "거대 양당이 통과시킨 실효성이 없는 과거사 진실규명법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개정안을 제출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앞서가도 여당이 뒷받침을 못하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낙연 원내대표는 "소급입법은 두고두고 많은 시비를 낳을 가능성이 있어 매우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각계 의견을 들은 뒤 (대응방안을)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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