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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의 건강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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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웃음의 심리학적 정의는 의외로 어렵다.
『원래 생리적 반응이지만 점차 호의, 양호, 안전등의 사회적 전달형식으로의 동기화가 덧붙여진다.』프랑스 철학자「앙리·베르그송」이 1900년에 저술한『웃음(Le Rire)』에서 그렇게 말했다.
동기화라면 꼭 무슨 목적의식이 있을 때만 웃는 것 같아 언짢아진다. 사람이 웃는 경우는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기쁨, 즐거움, 만족, 행복감을 느낄 때 웃음이 나온다. 그러나 부끄러움, 당황, 놀라움을 겪을 때도 웃음이 나온다. 그뿐인가. 남을 업신여길 때, 어떤 불균형한 상태를 볼 때도 사람은 웃는다. 미칠 때 웃는 웃음조차 있다.
오랫동안「사람은 왜 웃는가」에 대한 연구는 많았어도「웃을 때 사람 몸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에 대한 연구는 없었다. 동양인이 일찌기 체득한「일소일소」의 진리도 경험적으로 체득한 웃음의 건강학이었지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었다.
최근 워싱턴에선 과학자들이 모여 유머에 대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여기서 『웃으면 장수한다』는 여러 증거들이 제출됐다.
우선 웃음을 생물학적으로 분석하면 적당한 운동과 맞먹는 효과가 있다. 스탠퍼드 대학의「W·프라이」박사는「제자리달리기」의 효과와 같다고 한다.
사람이 마음껏 한번 웃으면 배, 가슴, 어깨, 기타 모든 근육이 수축한다. 결과적으로 심장박동은 늘어나고 맥박은 60에서 1백20으로 배가한다. 혈압도 1백20에서 최고 2백까지 올라간다.
웃음을 멈추면 근육은 정상으로 돌아간다. 한껏 오므렸던 맥, 관이 펴지면서 스트레스와 고혈압, 심지어 두통까지 깨끗이 몰아낸다. 장수를 위협하는 적들이 일시에 퇴각하는 셈이다.
실제로 미국의 출판업자「N·커즌즈」는 6년 전 자신의 퇴행성 척추병을 웃음으로 고친 적이 있었다. 웃음에 관한 심포지엄이 열린 것도 바로「커즌즈」의 체험담이 의학계의 주목을 끌었기 때문이다. 웃음의 화학적 분석은 더욱 놀랍다. 웃을 땐 사람 피의 아드레날린 (adrenaline) 효소가 증가한다. 이것이 맥, 관의 운동자극제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
심지어 다른 학자들은 운동 시에 분비되는 베다 엔드르핀 같은 효소도 분비된다고 주장한다.
웃은 뒤에 심신이 한결 편해지는 것은 바로 엔도르핀이 진정, 마취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
또 웃음중추는 뇌의 우반구에 있다는 사실도 발표됐다. 우반구를 다친 사람은 폭소를 터뜨리는 조크에도 무반응이다.
원시인들은 승리, 긴장, 에너지의 배출구로서 웃었다지만 현대인들은 오래 살기 위해서도 좀 웃어야겠다. 웃음은 장수에 잘 듣는 약임이 과학적으로 증명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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