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경정 아닌 청와대 제3 인사가 문건 반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청와대 내부 인사가 공직기강비서관실에 몰래 들어가 감찰 및 동향 보고서 등 내부 문건을 복사해 반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청와대에 근무했던 복수의 관계자는 30일 “공직기강비서관실 소속이 아닌 청와대 내부 인사가 ‘정윤회 동향 문건’ 등 각종 보고서를 빼냈다는 내용이 지난 5월 말~6월 초 민정수석실에 보고됐다”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올 1월 당시 청와대에 근무하던 한 인사가 공직기강비서관실에 들어가 문건을 복사해 반출했다는 것이다. 반출된 문건은 A4 용지 수백 장이었으며 이 중 상당수는 내부 인사에 의해 한 검찰 수사관에게 넘겨져 외부로 유출됐다고 한다.

 이후 민정수석실은 유출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지난 4월 세계일보에 행정관 비리 관련 문건 내용이 보도되자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민정수석실에 근무했던 한 인사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세계일보 보도 후 박모 전 행정관(경정)을 유출자로 보고 공직기강비서관실에 대해 조사를 벌였으나 유출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사 직후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은 사표를 제출했다. 조 비서관이 사표를 내고 한 달 뒤쯤 문건 유출과 관련한 새로운 정황이 민정수석실에 보고됐다. 박 경정이 아닌 제3의 인물이 문건을 복사해 유출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사실은 5월 말~6월 초 민정수석실에 보고됐지만 추가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문건 유출과 관련된 내용이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박 경정에 의해 라면박스 2개 분량의 문건이 유출됐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확인해 본 결과 라면 두 박스를 갖고 나갈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며 “다만 일부 문서를 출력해서 가져갔을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은 “박 경정이 반출한 문건을 서울경찰청 정보분실 소속 경찰관들이 복사해 돌려봤다는 보도에 대해 그런 사실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정강현·허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