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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 대정부질의 앞둔 관가·정가|"가지"많은 부처일수록"바람"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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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0초의 연휴가 지나가면 행정부로서는 가장 고달프고(?) 국회로서는 가장 신바람 나는 예산국회의 하이라이트라할 본회의의 대정부질문, 상임위의 본격적인 정책질의가 잇달아 펼쳐진다. 총리실을 비롯한 각 부처는 국회에 대비해 벌써부터 예상 문답안을 마련하고 브리핑차트를 점검하는가 하면「부드러운 분위기」조성을 위해 대국회 친선활동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의원들 역시1년중「존재」와 역량을 과시할 가장 큰「무대」를 활용하기위해 의안심의와 발언준비에 여념이 없고 각 정당들도 국회에 내놓을 야심적인 히트작을 마련하기위해 바삐 돌아가고 있다.
○…행정부로서는 뭐니뭐니해도 내년도「돈줄」이 의원손에 달린만큼 예산국회를 어떻게 무난히 치러내느냐가 보통일이 아니다.
각 부처는 금년도에 집행한 사업보고, 내년도 추진할 업무계획보고, 예산내역설명, 예상되는질문·질의답변자료 준비를 위해 대개 차관·기획관리실장을 중심으로 국회대책팀을 구성했고 벌써 연일 야간작업으로 입술이 부르튼 차관까지 있다.
금년도 정기국회에서 관심거리중의 하나는 「정치총리」「거물총리」로 각광을 받은 김상협총리가 「정치의 장」인 국회에서 어떤 면모를 보이느냐는 것.
총리비서실에서는 이미 대정부질문에 대비한 총리답변을 위해 1백항이 넘는 정선예상질문집을 만들어 각부처로부터 모범답안을 받아 정리해 놓고있다. 그러나 실무자들은 김총리가 모범답안대로 답변하지는 않으리라고 보고있다.
과거 남덕우총리는 모범답안에 비교적 구애받지 않은데 비해 유창순전총리는 모범답안에충실했다는 얘기인데 비서진들은 김총리가 뛰어난 달변가인점을 들어 모번답안을 참고하겠지만 진폭이 클것으로 예상.
정치규제자해금등 정치문제에 대해서는 지난6월 있었던 3당대표의 청와대회담이 답변기준이 될것으로 보이며 야당이 내세우는 선거법·정당법·정치자금법개정등은 『국회가 알아서할일』로 넘길 전망이 크다.
행정부와 국회간의 교량역할을 하고있는 정무1장관실에서는「제14회 정기국회 유의사항」이라는 유인물을 준비, 국무회의때 각장관들에게 배포했다.
의원겸직인 오세응정무장관은 이자리에서 『국무위원들이 죄지은것도 없는데 국회의원앞에서 필요이상으로 주눅이 드는 경향이 있다』면서 『국회를 너무 어렵게 생각지 말고 소신을 갖고 떳떳이 의사표시를 하자』고 격려(?)하고는 국회의원들의 장관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인기발언등은 민정당과 협의해 개선하겠다고 다짐.
「정기국회 유의사항」에는 국회로 인한 행정공백을 없애기위해▲부처의 경우 10명이하▲청단위는 5명이하만이 국회에 출석토록 하고 장·차관이 동시에 출석치 않도록 요망.
또 답변도 정책적인 질문에만 국무위원이 답변을 하고 실무적인 것은 정부위원(국장급)들에게 맡기도록하고 국회기간발표할 사항이 있으면 가급적 국회답변등을 통해서 발표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뜨거운 현안문제가 많은 부처일수록 고민이 크다.
각종 세법개정안을 내놓고 있는 재무부는 예년과 같이 야당의 근로소득세 인하압력을 어떻게 이겨내느냐와 은행법·금융실명거래법등이 무사히 통과될지에 대해서도 걱정이 크다.
농수산부 역시 전례없는 대풍속에서 추곡수매가로 고민.
농수산부는 인상률이 한자리수를 넘을수 없고 수매량도 작년 수준인 6백만섬정도로 추정하고 있으나 야당의 인상압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이용해 정부내 협의에서 득을 보느냐에 관심.
법무부는 이·장부부사건, 박상은양사건등이 재론될까봐 괴로운 입장이나 재판이 계류중인 사건이라는 점에서 의원들의 공격이 심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
15년이래 가장 크게 번진 뇌염때문에 보사부는 벌써부터 기가 죽어있다.
더구나 의약분업문제, 한약업사시험 재개문제등과 함께 지난해 의료보험법개정때 올 정기국회까지 의료보험관리공단과 의료보험조합연합회를 통합시키겠다고 한 약속을 불이행한것등 모두 두들겨 맞을 현안뿐이어서 그저 홍일점인 의원겸직의 김정위장관의 언변과 동료의원으로서의 「대접」만을 기대.
10여년만에 처음으로 지방교부금을 고정률(13·27%)로 받게된 내무부는 전반적으로 재정이 어려운판에 내무부만 예년보다 많온 돈을 받는게 아니냐는 바람이 일까봐 조심스런 태도. 그래서 벌써부터 담당국장이 국회예결위원·내무위원·전문위원들을 들며 로비중인데 지방교부세는 의원들의 공약사업과도 직결되므로 큰 공세는 없을 것으로 전망.
○…국회에 임하는 정당의 자세는 여당이「정책」우선이라면 야당은 「정치」우선.
민정당은 정부제안의 각종 의안의 사전심사와 충분한 사전협조로 차질없이 국회를 통과시키게 한다는 통상적인 「여당기능」외에 15건정도의 의원입법안을 준비중. 민정당의 정책산출기능은 야당과 달리 엄격한 통제아래 있는것이 특징. 의원입법이라도 대개 당전문위원→정책조정실→해당정책분료위→정책위의장→당직자회의등을 거치게 마련이며 이과정에서 정부와 몇차례 협의가 있는 것은 물론이다. 말하자면「개성있는」의안이 잘나오기 어려운 풍토.
반면 야당측은 의원 각자의 재량여지가 넓다. 동료의원들의 공감을 얻으면 쉽게 의안을 낼수있고 당지도부도 별로 심하게 간섭하지는 않은편.
민한당은 이번 국회에서 이른바「정치의안」에 최대의 역점을 두고 있으나 한영수의원사건등으로 위축된(?)분위기여서 관철방법에 대해선 아직 이렇다할 정론이 없다.
추곡가문제·세금문제등 민생문제에 관해 야당은 정부·여당 보다는 「대폭인상」또는 「대폭삭감」으로 대정부공세를 벌인다.
작년 통금해제건의안을 성공시킨 기억을 못잊고 있는 국민당은「간소한 정부」라는 당책에 입각한 정책추구외에도 히트를 칠 정책개발에 고심중이다. 그래서 구정공휴일건을 올해에도 다시 들고 나오고 있다.

<문창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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