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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각국「공통고민」…재정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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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키지도 못할 약속은 하지도 말라. 그러나 이미 약속한 것은 반드시 실행하라-. 이것이 정부의 재정적자를 줄이고 국가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는 비결로 자주 제시되고 있다.
최근 세계경제에 나타나고 있는 가장 특징적인 현상의 하나가 재정적자다. 지난10년(72∼81년)동안 세계전체 재정적자의 대GNP비율은 거의 2배로 늘어났다. 재정적자는 국채를 발행하거나 중앙은행에서 돈을 찍어내는 방법으로 메워 인플레를 가중시켰다.
스웨덴의 경우 지난 10년동안 1·6%의 흑자에서 8%의 적자로 크게 악화되었으며 벨기에의 재정적자 비율은 3·7%에서 12·2%로 확대되었다.
미국·일본·영국 등 선진7개국은 72년의 2%에서 작년에는 4%로 적자비율이 2배로 늘어났다. 각국이 분수에 맞지 않게 너무 욕심부려 정책사업을 펴나간 결과 적자의 수렁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이들 나라의 재정개념에 맞추어 우리나라도 일반회계와 양곡기금·비료계정 및 철도·체신사업 등 공공업(금융기관 제외)을 포함한 통합예산 기준으로 볼때 올해의 총 세출규모는 17조4천9백50억원이 된다. 이중 모자라는 l조80억원은 국상발행(국민투자채권 등)이나 한은 차입으로 메워지도록 되어있다. GNP에 대한 재정적자 비율은 2%로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선·후진국이거나 경제체제를 가릴 것 없이 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또는 공산국가도 심각한 재정적자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러나라의 적자사태는 갑자기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선진국들은 의료·교육비에 대한 정부보조와 사회보장비가 급격히 증가했으며 특히 실업률이 높아지는 것을 염려해 보조금지원으로 적자기업의 도산을 막아온 탓으로 재정이 더욱 힘겹게 되었다.
개발도상국들은 경제성장에 욕심을 부린 나머지 앞뒤 가리지 않고 해외차입을 늘려 원리금상환부담을 가중시켰다. 70년대 초반에는 개발도상국 재정적자의 3분의1이 해외차입으로 채워질 정도였다. 최근에는 오일달러의 감소로 재정적자폭을 메우기가 더욱 어려워졌으며 외채의 높은 금리에 직면해 있다.
각국의 재정적자 대책은 경제여건에 따라 다르다.
재정비상을 선언한 일본의 경우 누적된 적자는 95조엔으로 올해 예산 49조6천8백억엔의 2배에 이른다. 올해 예산에서 국채발행으로 메워지는 부문은 전체의 21%인 10조4천4백억엔.
월남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국채로 군비를 조달해온 미국은 지금도 그 후유증이 심각하다. 최근에는 사회복지비와 국방비중 어느 부분을 삭감할 것이냐를 놓고 백악관과 의회가 절충을 벌이고 있다.
올해 미국 연방정부예산에서 국채로 충당하는 부분은 14%. 뻔질나게 국채를 발행해 원금을 되갚아가고 있다. 채권시장의 형편에 따라 금리와 상환기간이 달라진다.
이밖에 영국은 작년에 정부예산의 10·7%, 프랑스는 11·8%, 서독은 16·3%를 국채로 충당해 국민의 담세력을 초과하는 증세를 몰고 올 것이라는 비난을 받고있다.
우리나라는 일반회계 세입을 메우기 위한 국채발행이 정부수립 직후와 72년 및 81년 3차례 있었다.
그러나 국고채권 이외에 전신·전화·도로 등 특정사업을 위한 국채까지 포함하면 작년말 현재 국채발행잔액은 2조1천1백14억원이 된다. 이는 80년보다 32·3%나 증가한 것이다.
우리나라 국채발행의 대GNP비중은 72년 l·8%에서 작년에는 4·7%로 선진국보다는 낮은 수준이나 대만보다는 2배 이상 높다.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재정구조는 일반회계상으로는 재정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선진국과 같은 통합예산상으로는 만성적인 재정적자로 국가채무가 누적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러나라의 경우를 보더라도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조세를 늘릴수 있는 여지란 한정되어 있다.
재정적자를 세금을 늘려 풀어나가자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세금의 증대는 정치적인 댓가를 치르게 된다는 사실이 여러나라에서 뚜렷한 증거로 나타나고 있다.
2년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일어난 납세자들의 저항이 대표적인 것이다.
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덴마크·네덜란드 등은 조세체계를 인플레율에 연동시켜 물가수준이 낮으면 세율도 인하하는 제도를 택하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각국 예산당국자에게 이렇게 권장하고 있다. 『재정지출을 늘리라는 정치적인 압력을 극복하라. 현재의 고통을 완화시켜야한다는 강한 유혹에 빠지지 말라. 세계경제의 회복을 위해서는 정부지출증대는 억제되어야한다.』
점점 늘어나는 실업을 줄인다는 이유로 재정을 확장하는 정책을 세우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며 일시적인 진정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특히 생산성향상이 둔화되고 자본축적도 안된 상태에서의 재정확대는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최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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