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용씨의 소설『그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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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달의 소설중에는 유재용씨의 『그림자』(문예중앙 가을호), 김국태씨의『빛이 머물렀던 자리』(한국문학), 최일남씨의『어머니의 냄새』(한국문학), 김원일씨의 『미망』 (문예중앙 가을호)등이 평론가들에 의해 주목받았다.
유재용씨의 『그림』는 이북의 고향을 떠나와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소설에서 유씨는 고향을 잊지못해, 뿌리를 잃은채 유랑하듯 살아가는 사람, 또 고향생각은 잊어버린채 현실생활에 파묻혀 그런대로 재산을 모은 사람, 그리고 이도 저도 아닌채 어중간한 입장에 서있는 세가지 유형의 실향민을 그리고있다.
유씨는 주인공으로 고향생각을 하면서도 현실적인 삶에도 충실해야겠다고 느끼는 정신적갈등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설정해 놓았다.
유씨가 여기에서 말하고자 하는것은 실향의 충격을 이겨내는 균형감각이다.
지금은 돌아갈수 없는 고향에 대한 향수로 자신을 무너뜨려서도 안되지만 돌아갈수 있어야 한다는 의지를 상실해서도 안된다는 실향민이 자신에 안겨진 운명을 객관적으로 보는 태도를 추구하고 있다.
분단 3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생생하게 남아있는 민족의 비극이 보다 심화된 형태로 나타난 작품으로 주목된다.
김국태씨의 『빚이 머물렀던 자리』는 6·25때의 전우에 대한 자신의 태도가 달라져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중년의 인물을 그리고 있다.
전장의 피냇물에 발목을 담그고 맺어진 전우애가 3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이런저런 끈에 매인 인연으로 퇴색되어 가는것은 나이에 따른 무력감 때문일까 주인공은 스스로 생각해본다.
알콜중독이 된 전우와 주인공 <나>사이에는 어느정도의 거리가 생겨났다.
6·25자체도 이제는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김원일씨의 『미망』은 이데올로기때문에 비극을 겪는 한국여인을 그리고 있다. 고부간인 두여인은 아들이자 남편인 한사람의 이데올로기에 의한 비극을 놓고 성격차로 인한 갈등을 겪는다.
최일남씨의 『어머니의 냄새』는 도시와 농촌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퀴퀴한 농촌냄새를 풍기면서 시골인심을 항상 이야기하는 시어머니와 도시적인 깨끗함과 도시적인 인간관계를 좋아하는 며느리가 대비돼 있는데 중간에 끼인 아들이자 남편은 그두가지가 모두 필요하고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움말주신분=김윤식·김치수·권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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